<370>열망을 품은 도전 (3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유호성과 전진후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요원들은 일사불란했다. 순식간에 재규어 XKR의 차창 앞부분에는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되었고 유호성과 전진후가 쓸 헬멧에도 소형 특수카메라가 설치되었다. 간단한 일 같았지만 각도 조절의 정밀함을 요하는 일이었으므로 모두가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계약에 의해서 유호성과 전진후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있었다. 미캐닉 현성애였다.
“카메라 설치가 끝나면 머신을 내게 가져오세요. 카메라 선이 차량 전선배치에 영향을 주면 안 되거든요?”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것도 엄연한 명령이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유호성이 드라이버로 뛰게 될 호크아이 팀에는 세 명의 명령권자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었다. 겉으로 드러나기엔 드라이버 유호성의 끗발이 제일 높았다. 그 다음이 코-드라이버 전진후, 마지막으로 현성애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동차의 성능을 책임지고 있는 현성애의 명령이 무엇보다도 우선이었다.
“호성 씨! 지원팀 요원들이 차에 매달려 있는 동안 호성 씨는 나에게 개인교습이라도 받으셔야죠?”
“개인교습? 뭘 가르쳐 주시게요?”
“실습보다 중요한 게 이론이라고 했잖아요? 드라이버로서 재규어 XKR의 사양을 완전히 몸에 익혀야지요.”
“일본에서 불철주야 익힌 솜씨가 있는데 뭘…”
“그건 튜닝하기 전이고요, 튜닝을 거쳐서 새로 태어난 재규어 XKR의 사양을 몸에 익히라는 거예요.”
“그럽시다. 까짓, 잠깐이면 되겠지요?”
유호성은 순순히 그녀의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현성애가 그를 제 방으로 불러들인 이유는 결코 새로운 사양을 알려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유호성의 마음을 교란시키자는 것! 이를테면 여색을 좋아하는 유호성의 마음에 질투심이란 불씨를 심어주자는 계략이 숨어있었다. 왜냐고? 벌써 잊었는가? 현성애는 유민 회장의 명을 받아 호크아이 팀의 미캐닉으로 이곳에 왔지만 그녀의 정체는 유호성을 패가망신 시키려는 복수의 화신 아니었던가. 그러니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유호성을 나락으로 빠뜨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머신의 어떤 부분에 손을 댔습니까?”
“엉덩이에요.”
“예? 엉덩이라고요? 트렁크를 말하는 겁니까?”
“전진후 씨가 내 엉덩이를 슬쩍 만졌다고요.”
“뭐요? 그 작자가? 더러운 놈 같으니… 서울에서 약속한 걸 벌써 잊은 모양이지요?”
유호성은 발끈했다. 서울에서의 약속이란 바로 ‘불연조약’을 뜻하는 것이었다. 불연… 풀어서 말하자면 연애 금지! 현성애가 팀원으로 따라나서기 까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것은 팀원들 간에 벌어질 지도 모를 스캔들이었다. 원래 젊은 남자들 틈에 젊은 여자가 섞이게 되면 자연히 벌어지는 사건이겠지만,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입상하려면 절대 금지되어야 할 사항이 바로 스캔들이었다. 유민 회장은 그 점을 염려해서 출발 직전에 팀원 모두를 모아놓고 ‘연애 절대금지’를 선언했고 팀원들도 그의 뜻에 동조하는 뜻으로 찰떡같이 약속을 했던 것이다.
“어째 그 놈 눈빛이 이상했다고요.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쩌긴요. 창피하기도 하고… 모르는 척했어요. 하지만 내 마음은 호성 씨에게 있다는 거… 호성 씨도 잘 아시죠?”
현성애는 울먹이며 그의 품에 슬쩍 얼굴을 묻었다. 쿵쾅쿵쾅! 유호성의 심장 뛰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토록 심장이 벌떡이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심장 속에서 질투의 불꽃이 화르르 피어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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