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너(유로존) 불구경하느라 그새 자신(미국)의 처지를 망각한 것인가?’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출범했던 특별위원회, 이른바 슈퍼위원회가 21일(현지시간) 합의실패를 공식선언했다. 그럼에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슈퍼위는 마감시한내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3개월여 협상은 결국 무위에 그쳤다.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페티 머레이 상원의원과 공화당 젭 헨서링 하원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수개월간 노력이 있었으나 오늘 초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슈퍼위는 미 정치권이 정부 부채 상한선 증액에 합의하면서 향후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재정적자 를 추가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출범했다. 슈퍼위의 논의 시한은 오는 23일이지만 합의가 이뤄질 경우 48시간내에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이날이 사실상 시한이었다.

현지 언론은 올초 예산 협상과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협상 난항에 이어 또다시 정치권의 ‘협상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향후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합의 실패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인상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지난 9월 슈퍼위원회에 포괄적인 제안을 했다”면서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슈퍼위의 합의 실패 공식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발표한 특별 성명에서 “너무나 많은 공화당원들이 타결을 거부했다”며 책임을 공화당에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이날 합의 실패에 따른 자동 지출감축 조치를 무산시키려는 의회의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퍼위의 재정적자 감축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1조2000억달러의 지출을 2013년부터 국방비와 비국방비에서 절반씩 자동삭감해야 한다.

위원회가 이날 합의 실패를 공식발표함에 따라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슈퍼위의 합의가 실패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248.85포인트(2.11%) 내린 11,547.31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경기전망에 큰 영향이 없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합의가 실패하더라도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지출 자동 감축이 2013년 1월부터 시행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슈퍼위의 합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점에서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만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AA+’로 유지했다. 무디스도 이날 미국 신용등급을 ‘AAA’,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