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류진 회장 카드로 KPGA 회장은 됐지만....’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이긴 격이다. 이명하(54) 씨가 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의 제14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통산 5승을 거둔 프로선수 출신인 이 씨는 23일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열린 KPGA 회장선거에서 총 투표인단 1021명 중 523명이 참석한 가운데 267표를 얻어 250표에 그친 최상호(56)씨를 제치고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 회장은 “회장으로 당선되면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표를 얻었다. 이 회장과 뜻을 같이 한 한장상 고문이 후보에서 사퇴하자 외부인사 영입을 원하는 회원들의 지지표가 몰린 것. 따라서 이 회장은 사실상 외부 영입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회장직을 맡게 될 전망이다. KPGA 회장직의 임기는 2012년 1월1일부터 4년이다.

하지만 과연 이 회장의 공약에 진정성이 있느냐는데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일단 현재 KPGA 정관상 외부인사는 회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먼저 외부인사도 회장에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대의원 회의를 거쳐야하는 만큼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도 있고, 선수 출신 회장을 원했던 측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명하 골퍼
이명하 골퍼

무엇보다 어떤 기업인을 영입할 것인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 신임회장은 풍산그룹의 류진 회장을 추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류 회장은 이미 이달 초 “내 뜻이 왜곡될 수 있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회장직을 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선거 전후에도 계속해서 류 회장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에 대해 풍산 측은 강경한 어조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물론 류 회장은 한국이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골프에 대한 애정도 많은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적임자이지만, 차기 회장선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이 회장이 선거 전 추대하려고 염두에 뒀던 기업인 영입이 무산돼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표를 던진 회원들도 이 회장이 내건 ‘류 회장 영입’이라는 간판만 보고 실현가능성조차 따져보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내년도 대회준비를 시작해야할 KPGA는 정관개정과 회장영입이라는 숙제를 떠안아 자칫 기존의 대회 개최마저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은, 전임 박삼구 회장처럼 대회와 상금을 늘리며 투어를 살찌울 수 있는 기업인 회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회장이 공약으로 내건 외부인사 영입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정치판에서의 공약과 다를게 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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