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내년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선진국 정부와 시장의 자본 차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OECD의 분석을 인용해 OECD 회원국 정부와 시장의 차입 규모가 올해 10조 4000억달러, 내년 10조 5000억 달러에 각각 이를 전망이라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처럼 차입 수요가 큰 상황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역내 주요 선진국조차 민간시장 차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OECD는 내다봤다.
이같은 이유로 OECD 역내국의 단기채 발행 비율이 지난 2007년에 비해 현저히 높은 44%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차환난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선진국 국채가 ‘안전 자산’이라는 위상을 상실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OECD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물론 아직 AAA 등급을 유지하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이같은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FT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국채가 시장에서는 더이상 안전 자산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OECD의 한스 블롬메스타인 국채관리국장은 “시장이 ‘야성적 충동’에 의해 지배되는 모습”이라며 “이 때문에 국채 수수료가 치솟아 지속적인 채무 이행을 어렵게 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경제가 인간의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만 돌아가는게 아니라 비경제적 본성도 경제를 움직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라고 명명했다.
OECD는 시장의 ‘야성적 충동’으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이어질 경우, 차환이 필요한 역내 정부의 안정성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가 동유럽 등 신흥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BIS는 최근 조사결과를 토대로 유로존 위기로 인해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지난 8~9월 250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신흥시장에서 빼갔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같은 자본엑소더스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위험 자산을 매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안전한 투자처로 미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북유럽을 꼽으면서 이 지역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같은 자금 이탈은 결국 신흥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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