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선정 올해의 키워드
무바라크·카다피·살레
수십년 독재정권 몰락
유로존 국가재정 붕괴
글로벌경제 일년내내 흔들
기성정치권 신뢰 추락
안철수 제3대안 세력 부상
…
폐허속 새싹에 담긴 희망은… 헤럴드경제는 올해의 키워드를 붕(崩)으로 정했다. 무너진다는 의미다. 모든 게 무너졌다. 헤경이 선정해온 최근 몇 년간의 키워드를 보면 당연한 일이다. 不→僞→轉→畏→戰→崩. 불(아니 不, 2006년)에서 위(거짓 僞,2007년)와 전(구를 轉, 2008년)을 거쳐 외(두려워할 畏, 2009년)의 기간을 지나 전(싸울 戰, 2010년)까지 치렀으니 다음의 결말은 붕(무너질 崩)일 수밖에 없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온통 무너지는 굉음에 휩싸였다.
몰락은 붕괴의 친구다.
오늘날 지구촌을 먹구름으로 뒤덮은 글로벌 경제위기는 유럽의 몰락에서 왔다. 유럽연합(EU) 국가 대부분은 재정붕괴 과정을 겪는 중이다. 그건 유로존의 붕괴를 뜻한다.
미국의 몰락은 슈퍼파워의 붕괴다. 필연적으로 달러의 몰락을 가져왔고 국제적 기축통화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다. 무역장벽도 허물어져 간다. 블록 경제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한 국가간 개별경제로 넘어갔다.
글로벌 현안의 연쇄붕괴 여파는 국내 경제에도 쓰나미급 영향을 미쳤다. 5% 성장률 시대는 붕괴됐고 물가목표선 4%도 무너졌다. 부동산 버블,우면산 등 붕괴와 연결될 사건은 올해 너무도 많았다. 고도성장은 아련한 역사가 됐다. 중산층과 가계의 붕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그들의 꿈마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붕괴의 도미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패와 타락으로 얼룩진 구태정치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안철수식 이미지 정치로 균열이 생겼다. 의사당에서 터진 최루탄 한 방은 의회정치를 무너뜨렸다.
독재자의 몰락은 철권통치의 붕괴다. 리비아를 호령하던 카다피를 비롯해 무바라크(이집트), 살레(예멘) 등 올해 몰락한 독재자들이 유독 많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갑작스럽게 그들과 한 배를 타고 떠났다.
붕괴는 파괴와 통한다. 파괴의 대상이 깨버려야 할 것이라면 붕괴는 혁명, 혁신이 된다. 가격파괴가 그렇고, 고정관념의 파괴도 마찬가지다. 고졸 취업자의 확산은 취업장벽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대학 진학에 목을 매게 만드는 공교육 시스템의 혁명성 붕괴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PC의 개념을 바꿔놓았던 애플은 아이폰 앱을 오픈 마켓으로 운영하며 IT업계의 발전사를 다시 썼다. 하지만 애플은 세계 곳곳에서 소송을 남발하며 승자독식의 맛에 빠져들고 있다. 스티브 잡스마저 떠나간 마당이다. 애플이 언제 붕괴와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다.
폐허는 늘 새로운 걸 잉태한다. 금이 간 유리잔을 계속 쓸 수는 없다. 일어나 바로 세워야 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년엔 헤경의 키워드가 건(建)이나 기(起)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권용국 경제부장/kwo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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