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끝까지, 죽을 때까지 (20)
글 채 희 문 / 그림 유현숙
“그렇지! 이제야 제대로 된 그림을 보내오는 군.”
“그림이 왔어요? 정말 세상 좋아졌네. 그 조그만 전화기로 몬테카를로 랠리가 생중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러게 말예요. 자, 보세요. 이렇게 생생한 그림을 장차 상무님 방송국에서 단독으로 방영한다면 온 세상이 난리 나겠지요.”
“하지만 10초 내외로 보여 지다가 끊기잖습니까.”
“트위터! 이건 일단 트위터로 시험방송을 하는 것이지 정식 중계방송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방식만을 염두에 두고 보시라는 겁니다. 이걸 보세요. 얼마나 생생합니까? 마치 현장을 직접 보는 것 같소 그려.”
하긴 헬멧에 카메라를 달고 찍는 중이니 그 생생함이야 오죽할까? 다만 화질이 떨어지고 화상의 각도가 중구난방으로 요동을 치는 것이 문제일 뿐, 장차 이런 식으로 중계를 한다면 리얼리티 면에서는 승부를 확신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던 참이었다.
유민 회장이 손바닥 안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흥미진진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트잘프’로부터 시작해서 론 강 옆으로 치솟은 ‘리브롱’ 산길을 달리는 재규어 XKR의 모습… 보닛의 끝부분만 찍혀 나오는 것이 불만이긴 했지만 울퉁불퉁하게 이어지는 산길은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히 드러나고 있었다. 더구나 코-드라이버 전진후가 장착해놓은 외부 카메라를 통해 드라이버 유호성의 표정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점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효과 만점이었다.
“따봉! 따봉이야. 이번 실험을 통해서 나는 앞으로 치를 5개국 횡단 랠리경기의 성공을 감히 예견하고 싶습니다. 장차 내 예상대로 중계방송이 실행된다면 상무님이 속한 방송사도 대박을 치게 될 겁니다. 그까짓 3억 원 때문에 우리 유민그룹을 마다하고 거성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서는 것이지요.”
“뭐 그런 중계가 회장님 특허방식은 아니지요. 거성이라고 해서 헬멧에 카메라를 달고 찍는 방식을 취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하! 뭘 모르시네. 랠리 드라이버들이 순순히 자신의 헬멧에 카메라를 달아줄 것 같습니까? 그건 방식의 특허문제가 아니라 영업적 전략의 문제입니다.”
“까짓 돈 몇 푼이면 해결될 일일 텐데 뭘 그래요?”
“허 참! 미하엘 슈마허 2억 9,300만 달러, 자크 빌레네브 9,300만 달러, 랄프 슈마허 7,100만 달러…에 또, 키미 레이케넨 6,210만 달러…에 또, 더 이상은 생각나지 않소만 카레이서들의 연봉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금액을 웃돌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잔돈 몇 푼 쥐어준다고 헬멧에 카메라를 달 것 같아요?”
“회장님, 그 선수들은 F1 머신을 모는 선수들이고요…”
“개똥이나 소똥이나 크게 다른 게 뭐 있소? F1이나 랠리나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이긴 마찬가진데 선수 연봉인들 큰 차이가 날까요? 좋습니다. 반으로 뚝 자른다고 해도 수 억 달러에 이르는 연봉을 받는 선수들예요. 1억 달러가 얼만 줄 아십니까? 곱하기 1,000을 하면 천 억 원! 세상에… 천 억? 그렇게나 많은 돈을 번단 말인가?”
“하긴…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만…”
유민 회장과 방송사 상무는 근래 며칠간 낮과 밤이 뒤바뀐 삶을 사는 중이었다. 소위 유호성과 전진후가 트위터 생중계로 보내오는 ‘랠리 일기’를 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 낮에는 회사에서 졸고 밤만 되면 술집에서 만나는 일을 계속해 오던 중이었다.
“시차가 커서 랠리 일기를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이 벌써 며칠 째인지…”
“그 핑계로 밤마다 예쁜 아가씨들 데리고 술 마시는 거지요. 랠리 일기에 명분을 걸고, 먹고 마시는 일에서 실리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유민 회장은 방송사 상무에게 건배를 제의하며 호탕하게 말을 잇고 있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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