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인문학으로 새인생 꾸려가는 유석순씨
“전에는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악착같이 살았는데 요즘은 여유를 가지고 더불어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뒤늦게 철들었나봐요”
서울 용산구 한강로 동사무소에서 행정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는 유석순(55ㆍ여)씨는 일주일에 두 번 일을 쉬는 날이면 독거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다. 남들이 보기에는 ‘봉사’이지만 유씨는 봉사가 아닌 ‘취미’라고 말한다.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유씨에게는 가장 재미있고 소중한 시간이다.
유씨가 ‘봉사’라는 취미를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용산구청에서 진행한 ‘희망인문학’ 강의를 수강한 덕분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신청했던 강의였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자기 안에 잔잔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철학을 배우고 문학을 감상하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템플 스테이를 갔을 때에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이웃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유씨는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지만 유씨 또한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여유로운 형편이었지만 몇 년 전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도박에 이끌리면서 순식간에 2억이상의 재산을 잃었다. 지금 하고 있는 행정도우미 일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저소득층이 되면서 시작한 일이다.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의 이웃을 돌보는 유씨는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식한테도 못 하는 속 얘기를 저한테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죠. 이런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신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좀 더 도와드리지 못하면 안쓰럽기도 합니다”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봉사는 유씨의 삶도 풍요롭게 바꿨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생겼던 불신과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 다시 사람을 믿고 어울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살면서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하는 유씨의 얼굴은 희망으로 빛났다.
희망인문학 사업에 대해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동명 교수는 “과거에는 물질적인 지원만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이러한 사업들의 비중과 효과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현 기자 @madpen100> 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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