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의 도심은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지난 6월 3일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등불을 휘황하게 밝히면서 대구의 밤은 대낮같이 밝다.

서문 야시장은 중소기업청 공모에 뽑힌 '글로벌 명품시장' 1호 사업으로 80여명의 판매자가 식품 65개, 상품 15개 등 판매대에서 다양한 음식과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최대의 야시장이다. 한식, 퓨전음식, 다문화음식 등 먹을거리는 물론, 초상화, 네일아트, 공예, 핸드메이드 상품과 퓨전밴드, 마임, 연극, 춤판 등 공연까지 선보이고 있어 문화예술적인 면모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문시장 내 야시장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쉬웠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서문시장역에서 내린 후에 2번 출구나 3번 출구를 이용하면 곧바로 야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역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인파로 금새 야시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흔히 재래시장이라면 친근하고 서민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시장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좌우로 깔끔하게 정렬된 노란색 좌판들은 나의 선입견을 단번에 깨뜨렸다. 한여름 더위에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야시장을 걷는 재미가 상쾌하다. 야간쇼핑을 겸해서 밤 마실을 나온 시민들은 좌판 앞에 차례대로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하는가 하면, 삼삼오오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눈에 띈다.

좌판별로 메뉴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재래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떡볶이, 순대 등 분식보다는 육포, 삼겹말이, 막창볶음, 하나야끼 등 이색적인 요리가 눈에 띈다. 어린이들도 좋아할 달콤한 와플, 빙수 등 온갖 종류의 음식 점포가 갖춰져 있는 덕분인지 한 끼 저녁식사를 포함하여 야간 쇼핑을 즐기는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두드러졌다. 이 곳 야시장이 인기를 끄는 비결 중 하나는 이동식 좌판 상인 상당수가 20~30대 젊은층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세련된 감각을 통해 다양한 퓨전 창작 음식들을 선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치킨, 바비큐, 꼬치구이, 짬뽕, 돈까스, 스테이크 등 간식거리에서 한식, 중식, 일식, 양식까지 이들이 각자 개발한 다양한 퓨전 음식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곳 야시장의 이동식 매대 운영자들은 80명 모집에 923명이 신청, 무려 11.5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창업에 나선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상당수가 심각한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청년 창업자들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달서구에서 가족들과 밤 쇼핑을 나왔다는 윤정욱 씨(39)는 “휴가를 내기 힘든 일상에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떠들썩한 재래시장의 분위기도 느끼고 여름 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최근에 야시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간간히 외국인들도 눈에 띄어 서문시장 야시장이 대구는 물론 한국의 명물 관광지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서울의 한 사설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는 중국계 미국인 웨이(29)씨와 중국인 지앙(28)씨를 만났다.

지앙씨는 “대다수 중국인들은 서울에서 쇼핑관광을 즐기는 편이지만 한국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어 대구 야시장을 찾았다” 면서 “현재 대구를 비롯해 경상북도 여러 곳을 관광하고 있는 중인데 서문시장의 야시장은 중국의 시장과도 비슷하면서도, 이색적인 모습이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시장과 어떤 점이 다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천편일률적인 메뉴와는 다르게 서문시장 야시장에는 퓨전음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쇼핑할 곳도 너무 많아 하루 일정으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앙 씨와 함께 서문시장을 찾아온 웨이 씨는 “저 같은 경우에는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한국 요리가 입맛에 잘 맞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먹는 음식들은 특별한 맛과 분위기가 있는데, 서문시장 야시장의 분위기는 특히 유쾌하다”고 덧붙였다.

음식좌판들을 빠져나가 조금 더 안쪽에 자리잡은 잡화 및 공예품들 좌판에서는 다양한 수제품과 공예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각종 의류와 신발류 판매 매장에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패션 아이템을 찾는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한 잡화 좌판을 꾸리고 있는 상인 박 모 씨에 따르면 “음식 좌판만큼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야시장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상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꾸준히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아주시는 대구 시민들과 관광객들 때문에 도시 전체가 활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서문 야시장에서는 매일밤 젊은 예술가들의 퓨전밴드, 마임, 연극, 춤판 등 다채로운 무대가 열린다. 야시장 내 주차 빌딩은 첨단영상을 쏘아 만드는 미디어파사드가 펼쳐져 매일 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올 6월 초 개장 이래 서문시장 야시장은 전국 타 지역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에게도 명물 관광상품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대구시는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야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주문, 배달, 온라인 결제를 연계한 택배시스템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소액을 구매하는 외국인이 현장에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즉시 환급제도도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6월 3일 서문시장 야시장 개장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야시장은 서문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며,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세계적인 명품 관광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시장의 바람대로 서문시장 야시장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글로벌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벌써부터 갖게 한다.

이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