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ㆍ 이정환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결심하면서, 재계도 주요 그룹 총수들과 기업인들의 포함 여부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오너와 기업인들의 사면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던 정부와 정치권의 그간 기조가 부담스럽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오너와 주요 임원들의 부재는 뼈아픈 손실이라는 현실론이 아직 우세하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 명예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등이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최재원 부회장 등은 이미 특사에 필요한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이다. 또 이재헌 회장 등은 소송 포기 등을 통해 다음달 특사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보다 활발한 해외 사업 추진을 위해서라도 김승연 회장의 사면과 경영일선 복귀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대표이사에 복귀하게 되면 한화 그룹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김 회장은 해외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해외 수주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오는 2019년 2월까지 집행유예 상태인 김 회장이 사면과 복권이 함께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주사인 ㈜한화를 비롯한 7개 계열사의 등기 임원을 사퇴한 상태이고, 사면이 없을 경우 2021년 2월까지 계열사 등기 임원에 복귀할 수 없다. 한화 측에 따르면 그 결과 대형 해외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토목 사업을 비롯해 계약 금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은 현지 파트너가 오너와 담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최재원 부회장도 이번에 사면 대상자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은 뒤, 만기가 3개월 여 남은 상황이다. 형기를 90% 이상 채웠고, 또 모범수 평가를 받고 있어 가석방에는 정치적 부담도 덜하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부회장 수감 기간 동안 실적이 나빠진 SK E&S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조속한 복귀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석방을 원하지만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는 불감청 고소원의 마음을 표현했다.

지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CJ그룹은 회사와 회장 개인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현재 구속 집행 정지 상태에서 CMT(샤르코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 신부전증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재판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로 CJ그룹 내부에서는 재상고 포기까지 심각하고 고려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유전병이 최근급속도로 악화돼 보행은 물론 젓가락질도 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장 거부 반응도 나타나 면역억제 치료를 동반하면서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이 회장이 구속될 경우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치의의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사면 추진 배경으로 ‘경제 위기’를 거론했다. 지난해 광복절 사면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포함 모두 14명의 경제인을 사면했지만, 최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그 대상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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