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진대회서 애완견 배변 훈련기로 우승한 김용진씨…낮엔 일하고 밤엔 연구“포기하고픈 순간 1초도 없었다”

아픈 어머니에 강아지 선물 배변 처리 생각에 막막 배변 훈련기 직접개발 결심

품 만들고 특허 출원도 했지만 자본없어 창업은 언감생심 친구 추천에 ‘브레인 빅뱅’ 도전 우승 아직도 안믿겨 얼떨떨

지난 9일 오후, 주요 포털사이트에 ‘퍼피 트레이너’가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퍼피 트레이너’의 정체는 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애완견 배변 훈련기. 무심코 검색어를 클릭해본 애견인의 귀가 솔깃한 순간이었다.

EBS와 아산나눔재단이 진행한 창업경진대회 ‘브레인 빅뱅’에서 ‘퍼피 트레이너’로 우승을 차지한 김용진(32) 씨를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은 마침 결선에 함께 올라 각각 공동 1, 3위를 차지한 두 명의 다른 도전자와 점심식사가 있었던 날이었다. 김 씨는 아직도 우승의 기쁨과 얼떨떨함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퍼피 트레이너’는 김 씨가 지난 2년간 준비해온 회심의 창업 아이템이다. 아이디어는 일찌감치 머릿속에 있었지만, 제품으로 만들고 사업성을 검증받기까지는 험난했다.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애완견 배변 훈련, 왜 사람이 시켜야 할까? 김 씨는 올해 서른둘이다. 젊은 나이다. 하지만 전기기사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열아홉살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어머니도 같은 병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전기ㆍ기계 일을 시작했다.

불편한 거동 탓에 집에만 있는 어머니에게 강아지는 큰 위안이었다. 그러나 10년을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친구에게 다른 강아지를 선물받았지만 배변 훈련을 시킬 일이 막막했다.

그때 생각했다. 왜 배변 훈련을 꼭 사람이 시켜야 할까. 애완견이 지정된 장소에 배설하면 간식을 챙겨줘서 배변 훈련을 시키는 기구를 만들 수는 없을까.

김 씨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렇다고 마냥 놀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시간을 활용하기 좋은 전기공사 현장 일을 1년 반쯤 하면서 시제품도 만들고 특허도 출원했다.

‘퍼피 트레이너’가 상품으로 모양새를 갖춰갔지만, 자본이 없다 보니 창업은 언감생심 꿈꿀 수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창업경진대회인 ‘브레인 빅뱅’에 도전하게 됐다.

▶‘카메라 울렁증’ 넘어 최종 1인이 되기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죠? 이번에도 동점입니다!”

‘브레인 빅뱅’의 최종 결선일, 사회자 정찬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퍼피 트레이너’를 들고 나온 김 씨와 온라인 음악마을 ‘보노 사운드’를 만든 이인영 씨는 1, 2차 투표에서 모두 동점을 얻었다.

결국 상금 1억원은 두 사람이 5000만원씩 나눠 가졌다. 공동 우승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이 정신없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탓에 멍한 기분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김 씨는 소위 ‘카메라 울렁증’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그간 여러가지 미션을 거치며 단련된 그는 결선 당일 수준급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사회자의 돌발 질문에도 “이 방면(애견사업)에 관해서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자신이 있다”며 눈을 빛냈다.

특히 지면광고 제작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던 3, 4차 미션은 잊을 수 없다.

김 씨는 당시 미션을 함께 수행할 파트너로 광고를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 광고 동아리를 선택했다. 기획이나 경영을 배운 적 없는 자신이 도전하고 있는 것처럼 전공과 무관하게 ‘좋아서 하는’ 이 사람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그의 팀이 만든 광고는 1등을 했다. 최종 우승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김 씨는 “꼭 1등을 해서 도와준 이들의 이력에 한 줄이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며 안도했다.

EBS브레인빅뱅우승자 김용진.<br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20111\r\nEBS브레인빅뱅우승자 김용진.\r\n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20111\r\nEBS브레인빅뱅우승자 김용진.\r\n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120111
EBS브레인빅뱅우승자 김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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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은 순간? 1초도 없었다”

우승 비결에 대해 김 씨는 “운이 많이 따라줬다”며 겸손해했다. 그러나 TV를 통해 도전 과정을 지켜본 이라면 그의 우승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퍼피 트레이너’의 아이디어를 처음 접하는 이라면 “누가 이미 만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이들 대부분이 배변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때문이다. 예상과는 달리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인데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것 뿐”이라며 “원래 창업을 하고 싶어 했으니까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낮에는 본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제품을 준비하는 스케줄이 이어졌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다보니 새벽까지 기획서를 쓰면서도 지친다는 생각은 없었다. 프로그램 촬영 중에도 점심시간이면 차 안에 들어가 제품 스케치를 하곤 했다.

그에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였냐고 물었다. 대답은 단호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단 1초도 없었다는 것. 난감한 과제를 받았을 때 힘들다고 느낀 적은 많았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떠올려본 적은 없었다.

“퍼피 트레이너를 준비했던 지난 2년 동안 회사 눈치도 봐야 했고 집안도 돌봐야 했죠. 그러면서도 포기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요.”

그가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길이 없으면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어!

김 씨는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다. 대회 우승에 결혼까지 경사가 겹쳤다. 그는 “우승하면서 엉킨 실타래가 풀리 듯 좋은 일이 갑자기 생겨서 무섭기도 하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취업난이 캠퍼스를 덮치면서 청년의 꿈은 작아져만 가는 시대다. 김 씨는 창업경진대회를 주최한 아산나눔재단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글귀를 후배에게 전했다.

재단의 설립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사진 옆에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가면서 나가면 된다”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었다.

김 씨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기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지치지 않고 달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 길이 진흙탕이 될 수도 있고 모래바닥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그 경험은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m.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