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끝까지, 죽을 때까지 (44)
글 채 희 문 | 그림 유현숙
‘유리의 성’ 특급미녀 송유나와 마담은 또다시 잔뜩 들뜬 마음으로 접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유민 회장이 납신다고 하면 마담에게선 콧노래가 새어나왔고, 유나는 마음이 들뜨곤 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로 언질을 주는 것부터가 오늘 봉 한 마리 낚아 오겠노라는 신호였으므로.
“유나야, 잠시 후면 봉 한 마리가 날아든다는구나. 어서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150여 가지 비법을 예습, 복습해 두렴.”
자고로 애욕이란 선을 행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앞으로 서너 시간 동안은 기원전 6세기 무렵부터 전해 내려오던 성애의 비법 중에서 필살기에 해당하는 비법을 현란하게 펼쳐보여야만 할 것이란 생각에 송유나의 마음이 먼저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어머나, 그런데 이걸 어째? 한 분은 벌써 약주가 과하셨네.”
“과하다니? 사나이가 술을 마시면 뿌리를 뽑아야지. 이제부터 시작이니 청산가리든 양잿물이든 잔뜩 내오너라. 오늘 한 번 마시다가 죽어보자.”
시작부터 이 지경이었으니 술판이 정숙할 리 없었다. 하긴 남녀가 섞여 술 마시고 노는 일이 정숙할 리도 없겠지만 유민 회장의 의도가 분명했던 터라 분위기는 더한층 기고만장, 은밀한 듯 농염하게 그러면서도 야하고 화끈하게 펼쳐져 갔다.
“아! 따뜻하구나. 너는 어째서 신체 구석구석이 이리도 따뜻하냐?”
“37도 2부! 여자가 절정에 달했을 때 체온이 37도 2부가 된다지요? 그런데 이걸 어째… 저는 선생님 눈을 바라본 순간 벌써 절정에 오른 걸요?”
“그래, 그래… 빨리 달아올라서 좋군. 나는 선생님이란 소릴 들으니 절정에 오르는구먼. 오빠 보다 훨씬 좋은 말이지, 아무렴!”
가부좌를 하고 앉은 채 젊은 아가씨를 무릎 위에 마주 앉혀놓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그런 자세로 술을 마실 때엔 누구라도 대화가 유치해 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물론 그 경우, 남자의 손은 겉으로 찾아볼 수 없겠지. 이미 남자의 손은 아가씨의 브래지어 속을 더듬고 있을 테니까. 손이 없으니 술은 아가씨가 입술에 부어주는 대로 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깔때기 자세 아니겠는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특급미녀 송유나의 젖가슴에 손이 닿는 순간부터 도종호의 마음속엔 갈증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러니 눈빛 또한 염원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겠지. 그 절절한 순간에 어찌 점잖은 척, 고고한 척 할 수 있으랴. 이미 잔뜩 취해있던 도종호는 송유나가 술잔을 기울이는 대로 꼴깍꼴깍 술을 받아 마시며 점점 더 취해갔다. 이미 손 없는 귀신이 되어버린 그의 목구멍으로 벌써 독한 양주가 한 병은 흘러들어간 모양이었다.
“아흐! 손바닥에서 불이 나는구나!”
앞으로 불룩거리던 송유나의 민소매 티셔츠가 이번엔 등판 쪽으로 불룩거리기 시작했다. 주책맞기도 해라. 도종호의 손이 송유나의 티셔츠 속 알몸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중이었다. 그는 두 송이의 부드러운 목련을 탐하다가 갈증이 도지면 팔을 안으로 길게 뻗어 그녀의 등판과 허리, 엉덩이까지를 비비고 문지르는 중이었다.
“자! 도종호 상무님. 저 안에 안마용 베드가 있으니 잠시 후에 그리로 자리를 옮깁시다. 그 전에… 저를 만나고자 했던 이유부터 말씀해주시는 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더 이상 취하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유민 회장의 뜻이었다. 그러나 이미 도종호는 앞뒤를 가릴 경황도 없이 취해 있었다. 그래도 아직 정신은 살아있었으므로… 하악, 하악! 숨을 가다듬으며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거성의 재벌 2세가… 끄윽! 오늘 나를 잘랐단 말입니다. 날 열 받게 했단 말이지요. 끄윽! 그래서… 제가 비밀을 폭로하려고 회장님을 뵙자고 했습니다요. 장차 5개국 횡단 랠리경기가 시작되면 거성에서 랠리 차를 제공함과 동시에 총 경비의 10%를 대기로 했지요? 그거 꽝입니다. 거성에서는요… 그 랠리의 주도권을 회장님에게서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요.”
뭐라고? 300억 원의 자금과 무려 50대의 지원 차량이 끊겨? 도종호의 말에 유민 회장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야 말았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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