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협상…사실상 승인 1300억 유로 규모 지원 결정 GDP대비 부채비율 120%로 민간채권단 손실비용 걸림돌
위기해소까진 ‘첩첩산중’ 총선 이후 최저임금삭감 난항 獨등 자국의회 승인도 변수로 재정운용 정상화까지 ‘안갯속’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 승인이 임박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잦아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하지만, 오전 10시 현재(한국시간)까지도 회의가 끝나지 않았으며, 이는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그리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민간채권단이 추가적인 손실을 떠안기를 거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구제금융이 결정돼도 그리스의 디폴트를 몇 달 정도 늦추는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선 “그리스 재정 운용이 정상화되기까지 10년 넘게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막판 쟁점…민간채권단 손실확대분 ‘50억~60억 유로’=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유로그룹은 그리스에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다음달 20일 만기인 145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해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앞서 그리스 정부는 민간 채권단과 1000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탕감하는 국채교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스 2차 지원안은 이달 들어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이번 회의에서도 결정이 또다시 지연되거나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떠안게 될 위험과 비용이 엄청나다. 게다가 그리스 정부가 이미 긴축안 이행 계획과 서면약속을 모두 제출했기 때문에 승인이 낙관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날 회의의 뚜겅을 열어 본 결과, 그리스 정부 부채 비율을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로 맞추는 방안이 걸림돌이 돼 난항을 거듭했다. 그리스의 정부 부채는 현재 GDP의 160%가 넘는 수준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ㆍ유럽중앙은행ㆍ유럽연합)는 그리스 채무 비율을 2020년까지 GDP 대비 120%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위해선 55억유로가 더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민간 채권단의 손실 확대를 막판에 압박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까지도 채무 비율을 129%까지밖에 낮추지 못할 것으로 EU 비밀 보고서가 분석했다고 한 외신이 사본을 입수해 전했다.
▶깐깐한 독일, 네덜란드 의회 통과도 난제=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이 확정되더라도, 그리스 사태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디폴트란 최악의 상황을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우선 그리스는 22일부터 민간 채권단과 국채교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다음달 8일 민간 채권단을 예상대로 새 국채를 교환하기 시작해 사흘 후 이 작업을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다.
유로그룹이 그리스 2차 구제안을 승인해도,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한 자국 의회의 승인을 받는 국내법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일 연방의회는 27일, 네덜란드 의회는 28일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관련한 표결에 들어가 승인 비준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규모가 1300억유로로 늘어난 만큼 부족분 50억~60억유로를 메우는 방안이 확정돼야, 두 나라 의회에서 2차 구제안을 승인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다음달 1~2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정이 서명되는 수순도 밟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4월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 정부와 의회가 지난 12일 합의한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개혁과 긴축에 저항하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져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그리스 당국에 큰 부담이다.
구제금융이 결정되더라도 그리스가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집행은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는 재확산할 여지가 상당하다. 구제금융이 승인돼도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당분간 수면 아래에 있을 뿐 여전히 상존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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