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의 일대기 ‘철의 여인’ …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이자 아내·엄마로서의 회한 묘사
영화 ‘철의 여인’은 총리에서 사임한 십수년 후 노년의 마거릿 대처가 남편 데니스 대처 경의 사망 후 유품을 정리하면서 회고하는 자신의 삶을 그린다.
십대의 마거릿은 잘 알려진 것처럼 식료품점집 딸이었다. “쟤는 오늘도 공부만 한다지?”라며 손가락질하면서 즐겁게 놀러나가는 또래 소녀들과, 그들을 지켜만 보는 십대의 마거릿. 영화는 이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주면서 대처의 삶이 출발부터 여느 여성들과는 달랐던 사실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서 마거릿은 정치 회합이나 소상공인 모임에서 연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정치적 야망을 키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감격 속에 옥스퍼드대 합격증을 받은 마거릿은 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나이에 유일한 여성 후보로 다트퍼트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보수 진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끌고, 유망한 사업가인 데니스 대처로부터 프러포즈를 받는다. “이제까지는 식료품점집 딸이었지만 성공한 사업가와 결혼하면 정치인으로서의 당신 삶은 달라질 것”이라는 구혼의 변도 대단하지만, 여자의 답은 로맨틱한 풍경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주방에 틀어박혀 설거지나 하며 살 수는 없어요. 요리, 청소 말고도 의미 있는 일이 있어요”라며 정치인으로서의 야심과 활동을 다짐하고 예비 남편에게 약속을 받는다.
처음 만난 정치계의 거물들 틈에서 당돌한 주장을 늘어놓던 정치 초년병. 구애를 받는 자리에서 “평범한 여성으로서 살 수 없다”고 다짐했던 여자, 울면서 따르는 어린 아들을 내치고 야심만만한 표정으로 국회 첫 등원을 하던 초선의원. 총리에 도전하면서 “과연 당신의 삶 속에 남편과 자식들의 존재는 있기나 한 것이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던 아내이자 어머니.
회한에 젖은 노년의 대처는 남편에게 묻는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뿐이에요. 우리의 아이들이 진정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당신도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했어요. 진실을 말해봐요. 당신, 행복했나요?”
국가와 국민과 당을 위해 살아온 위대한 정치인. 여성의 삶을 거부했던 위대한 여성. 하지만 누구를 위한 ‘강한 나라’였고,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으며, 누구를 위한 경제발전이었을까. 과연 국민들은 행복했을까. ‘철의 여인’이 엔딩 크레딧 위로 남기는 질문이다.
마거릿 대처는 1979년에서 1990년까지 11년간 집권했던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고, 노조를 영국병의 근원으로 본 강성 보수주의자였다. 하지만, 영국병을 치유하고 강대국의 지위로 부활시킨 영웅이라는 평가의 이면엔 많은 젊은이를 실업과 마약, 알코올의 늪에 빠뜨린 악녀라는 비난도 있다.
과연 마거릿 대처의 전기영화를 만든다는 기획이 얼마나 많은 논란과 비난을 피해가야 하는 줄타기 작업이었을까. 미국의 오랜 민주당 지지자인 메릴 스트립이 영국 보수주의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를 연기한 ‘철의 여인’은 일단 영리하다. 보여주고 들려주되 심판하지 않는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여성의 얼굴과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회한과 망상에 빠진 늙은 노인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여정 속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알츠하이머병이 만들어내는 환상, 회한이 자아내는 망령과 싸우는 노년의 ‘철의 여인’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오로지 ‘가족과 가문을 위한다’는 구실로 평생 강력하게 군림했던 아버지의 초상이다. 그 또한 아버지에게서 배웠고, 세상의 유일한 진리처럼 믿고 따랐으며 자식들에게도 되뇌어왔던 “가족과 가문을 위한 삶”이었지만, 과연 당신으로 인해 자식들은 행복했을까.
영화 속에서 특유의 외모와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마거릿 대처의 야심과 회한을 보여준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왜 그녀가 당대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지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