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해외투자 성적표 살펴보니…
브라질·러시아·인도 등 선진지수 비해 회복 빨랐지만 환율변동 따른 손실도 만만찮아
日펀드 평균 30.69% 손실 등 해외펀드들 환차손 감안땐 대부분 시장수익률에 못미쳐
막대한 수수료 수익올린 외국계 운용사만 배 불려
‘위기는 결국 극복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자 마음속에 새겨진 ‘위기가 기회’ 학습효과는 컸다. 그런데 어려울 때일수록 꾸준히 투자에 나서야 위기 극복과 동시에 큰 수익을 얻는다는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발 학습’을 실전에서 응용하기란 쉽지 않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분명 위기이자, 기회였지만 투자처를 어디로 골랐느냐에 따라 성과는 큰 차이가 났다. 특히 2007년 말 해외펀드로 유입된 막대한 자금은 여전히 큰 폭의 원금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해외펀드 열풍의 수혜는 손쉽게 외국산 펀드를 수입ㆍ판매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직원들에게 수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에만 돌아간 셈이다.
헤럴드경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발일인 2008년 9월 15일을 기준으로 미국과 유로존의 중심 국가인 영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 등 선진 4개국과 대표적인 신진 4개국 브릭스(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투자 성과를 비교해봤다.
▶브라질 시장 36.51% 회복…그런데 환차익 고려하면?= 8개 국가의 대표 지수를 2008년 9월 15일부터 2월 27일 현재까지 비교해봤다. 브릭스 4개국은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특이할 점은 8곳 모두 리먼 파산 이전 우리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었던 2008년 5월 15일보다 리먼 파산 이후 저점에 투자했을 때가 오히려 현재 수익률이 더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부터 2월 27일 현재까지를 보면,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가 4만8416.33에서 6만5241.49로 가장 높은 34.8%의 상승률을 보였다. 인도의 센섹스지수가 28.9%, 러시아의 RTS지수가 35.3% 상승했다. 중국은 상하이 종합지수가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에 비해 23.2% 올랐고, 항셍지수는 24.9% 높아졌다.
선진국 중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최악의 경제상황이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닛케이 225는 금융위기 당시 12214.76을 기록했던 지수가 27일 현재 9633.983까지 17%나 주저앉았다.
미국의 S&P500(18.9%), 영국의 FTSE100(13.7%), 독일의 DAX(13%) 등이 모두 신흥국만큼은 아니지만, 두 자릿수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대조적이다.
리먼 파산 이후 우리 주식시장이 바닥을 찍은 2008년 10월 14일 기준으로 투자 수익률은 이보다 극적으로 더 높았다. 특히 러시아의 RTS는 이때보다 현재가 98.7%의 상승률을 보였다. 가장 더딘 회복률을 보인 곳은 역시 일본으로 2.0%에 그쳤다.
정유정 미래에셋 투자분석팀 연구원은 “리먼 파산일 이후 글로벌 주요국 지수 성과를 보면 역시 신흥국 투자가 성공적인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 당시에는 안전자산이 선호되면서 신흥국 주식이 더 많이 빠지지만, 회복속도도 더 빠르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달리 브라질이나 인도 등 타 국가는 원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다시 해당 나라의 통화로 변경해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환율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리먼 파산 당시와 현재의 각국의 환율 변동을 고려할 때, 브라질과 중국은 각각 8%와 2.3%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인도는 당시보다 4.7%, 러시아는 10.7% 환손실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엔화가치가 32.2% 오르면서 지수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해외 펀드, 발로(?) 운용…지수도 못 따라갔다= 펀드 수익률은 국가별 수익률보다 더 부진했다. 비싼 보수를 내고 펀드에 가입하느니 그냥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편이 나았던 셈이다.
2월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선진 4개국과 신진 4개국의 리먼 파산 이후 22일 현재까지 수익률 분석 결과(환헤지 미실행), 브라질 관련 펀드만이 54.46%의 수익률로 시장수익률과 환차익을 넘어서는 성적을 냈다. 브라질 관련 펀드 수는 14개로 설정액은 3206억원으로 수익률은 2008년 9월 15일 리먼 파산 이후 보름 뒤인 10월 1일 이후부터 22일까지로 계산했다.
인도의 경우 21개 관련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28.08%, 중국의 경우 본토 기준으로 36개 펀드의 수익률이 18.40%에 달해 각각의 환차손, 환차익을 감안할 때 겨우 시장수익률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러시아 관련 펀드 11개의 평균 수익률은 -11.57%로 환차손을 감안해도 시장수익률에 한참 못미쳤다.
선진국의 성적은 신흥국에 비해 더욱 초라했다.
무엇보다 37개의 관련 펀드를 운용 중인 일본 펀드는 이 기간에 평균 -30.69%의 손실을 냈다. 엔화 가치가 33% 가까이 오른 점을 감한할 때 실제 운용성과는 반토막이 더 난 셈이다. 유럽도 24개 펀드 평균 수익률이 -0.57%를 기록했고, 북미가 관련 펀드 19개의 평균 수익률 6.7%를 보이면서 모두 시장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뒷받침된 국가의 경우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거나, 일정 부분은 자산배분에서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반등장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나마 가장 성적이 좋은 펀드들(설정액 10억원 이상)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신흥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은 미래에셋맵스의 타이거브릭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형)이 기록했다. 리먼 파산 이후 현재까지 36.86%의 수익률이다.
유럽과 미국의 주식형 펀드도 상위권 수익률로 괜찮았다. 피델리티 유럽증권자투자신탁종류A(주식)는 같은 기간 15.46%, 신한BNPP 봉쥬르미국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 A1)은 24.24%로 시장수익률을 초과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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