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0회> 바람 부는 길 8
그녀의 팬티에 돋아나 있던 흰 꽃무늬 레이스를 보자 전진후는 오금이 더욱 저려오기 시작했다. 이젠 아예 호흡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마치 호랑이 똥과 마주친 멧돼지와 다름없었다.
“미, 미안해요. 이, 이것 좀… 내려도 돼요?”
미안하지만 팬티 좀 내려야겠으니 양해해 달라는 말이었다. 갑자기 혀가 꼬이는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반말로 내뱉던 호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레이싱모델 출신에 인물도 빼어나고 드라이빙 기술마저 출중한 그녀를 침대에 눕혀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감격하고 있었다.
“안 돼요.”
그녀는 몸을 외로 꼬았다. 안 된다는 말은 흥분의 도를 높이기 위한 사랑의 묘약일 뿐이었다. 침대 위에서… 점퍼를 벗어던진 얇은 티셔츠 차림으로 누워서 ‘안 돼요.’라고 하는 것은 ‘안 될 리가 있어요?’의 준말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그저 물어본 놈이 한심할 뿐이다.
“미, 미안해요. 벌써… 내렸어요.”
전진후는 급기야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는 번개탄처럼 화르르 타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번개탄처럼 쉽사리 꺼져버리면 또 어쩌나. 상열지사의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 혹은 호랑이 똥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겨우 팬티의 꽃무늬 레이스를 보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콧김이 뜨거워지다니.
하지만 김지선은 달랐다. 비록 마음은 뜨겁게 달아올랐을지언정 몸은 조개탄처럼 느릿느릿 태워가고 싶었던 것이다. 무릇 상열지사는 조개탄처럼 느릿느릿 타올라야 한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신문지를 쏘시개 삼아 대여섯 장이나 불붙여야 겨우 노란 연기를 피워내는 조개탄 난로 앞에서 언 손등을 비비던 모습을 그녀는 기억하는 중이었다. 불이 붙었는가 싶으면 꺼지기를 일삼는 조개탄 난로, 그러나 곧 훨훨 타올라 벌겋게 달아오를 것을 기대하던 그 즐거움!
“안 된다니까요. 순서를 지켜요.”
그녀는 전진후의 머리칼을 움켜잡아 힘껏 위로 끌어올렸다. 아, 그렇구나! 그의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젖가슴을 팽팽하게 감싸고 있는 얇은 티셔츠였다. 숨은 듯, 숨지 못한 젖가슴이 그 얇은 티셔츠 아래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원래 얇은 티셔츠로는 젖가슴의 윤곽을 숨기지 못하는 법. 아무리 위장막처럼 가린다 해도 전체적인 탄력과 우아한 윤곽, 단단해진 돌기의 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위장막 아래에 고이 숨겨진 환상 속의 젖가슴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오금이 저릴 뿐이었다.
“내, 내리는 게 안 되면… 오, 올릴까요?”
“아이 참! 여기부터!”
자꾸 물어보기만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그녀는 대답 대신 움켜쥐었던 그의 머리칼을 힘껏 가슴 쪽으로 당겨 안았다. 오지게 말 안 듣는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처럼 단호한 행동이었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얼굴 위에 겹쳐지고 오똑 일어선 돌기가 입술을 간질이기 시작한 후에야 그는 상열지사의 순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순서를 지켜 차례로 나아가는 것이 번개탄 신세를 면하게 된다는 사실도 아울러 깨달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깨달으면 내지르는 것도 역시 순서 아니겠는가. 전진후는 서서히 용기를 되찾아 내지르기 시작했다. 언제 그랬냐 싶게 단무지로 돌변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단무지… 단순, 무식하고 지랄 맞은 사내.
“그래, 한 번 하자. 벗어!”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김지선은 4961cc의 엄청난 배기량에 6단 기어를 장착한 명차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였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불과 3.5초에 시속 100km를 돌파할 수 있는 강인한 성격의 드라이버가 필요했다. 그 순간, 갑자기 용기를 되찾고 단무지의 속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전진후는 확실히 불곰처럼 강인한 드라이버였다. 그 강인한 드라이버가 상열지사의 순서에 따라 목, 젖가슴, 허리, 그리고 아래로, 아래로… 숨통을 조여오자 누워서 올려보던 모텔 천장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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