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위기 진앙지서 길 찾으면 난국 헤쳐나갈 수 있다”

금융위기때 지은 러 車공장 독보적 시장지위 유지 교훈

현장 돌며 특단대책 주문 발빠른 결단력 대내외 과시 글로벌 최고경영인상 결실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6월,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지었다. ‘너무 위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묵묵히 밀어붙였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정 회장의 뚝심은 부동의 1위였던 GM이 금융위기 이후 파산 위기로 몰린 것과 오버랩되며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푸조-시트로앵과 GM이 유럽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미쓰비시자동차가 일본 자동차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 생산 중단을 결정했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올해 유럽 성장목표(18.5%)를 전 세계 성장목표(6.1%)보다 높게 잡았다. 급기야 정 회장은 유럽으로 직접 날아가 “유럽에서 길을 찾으면 글로벌 시장의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정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매섭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토끼가 굴 세 개를 파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아닌, ‘근심을 이로움으로 만든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가 핵심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기업들이 모두 긴축과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때 한발 빠른 투자와 공격경영으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ㆍ강화한다는 것이다. 말로만 아닌 실천하는 ‘역발상’인 셈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아이콘의 이 같은 ‘제네바 선언’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동안 주요 코드로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럽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다. 특히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유럽의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올해 자동차 수요 역시 1440만대로 4.5%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위기에 해답이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의중이다. 정 회장은 남들이 물러날 때 ‘경영 해답’을 들고 달려드는 모험을 감수하고, 그 인내를 통해 일류로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을 유럽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지난해부터 유럽 공략 준비를 지시한 것이나, 연초부터 전략형 신차 판매를 강화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은 제네바에서 ‘실천하는 역발상’을 세계 시장에 던졌다. 한국 차업계 아이콘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강력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그의 메시지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한 귀로 흘려버릴 수 없어 보인다.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유럽에서 정 회장의 구상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공격경영도 재질주 라인에 서게 됐다.

김대연기자/sonamu@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