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벼 재배면적 3만ha 감축 내년부턴 보조금 지급 통해 생산조정 적정량 두 배 넘는 190만t 재고
쌀 풍년이면 큰 상을 내리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넘쳐나는 쌀은 가격 하락을 불러 농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정책적 딜레마를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뭘까. 바로 소비 부족이다. 쌀의 수요공급을 맞추려면 재배면적을 줄이든지 소비를 늘려야 한다. 소비를 늘리려면 쌀의 변신은 불가피하다. 경쟁력 있는 가공품으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고품질이라는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쌀 수출도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특히 기능성 고품질 품종을 개발해 막강한 중국시장을 겨냥한다면 금상첨화다. 키 잘 크게 하는 쌀, 다이어트 전용쌀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쌀 수급, 2000년대 이후 구조적 공급과잉=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쌀 수급안정을 위해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새로운 쌀 수요를 개발 하겠다”며 “쌀 재고관리를 병행하고 겨울철 논을 활용한 답리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지 이용률과 곡물자급률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지난 5월 연천군 모내기에 참석해 “벼농사를 농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만큼 쌀은 중요하지만 최근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여러 정책들이 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일반적인 재고량의 두 배가 넘는 190만t의 재고가 쌓이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 쌀을 생산해 양은 줄더라도 제값 받는 쌀이 생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연도별 쌀 초과공급물량을 산출한 결과, 매년 공급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공급과잉상태다. 기준에 따라 28만~32만t이 초과 공급이다. 생산기준으로는 연평균 32만t이 초과 공급인 셈이다. 쌀 생산은 작황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작황에 대한 영향을 제외(평년단수 적용)하면 연평균 28만t이 초과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년생산은 작황에 따른 생산변동을 제거하기 위해 당해 재배면적에 평년단수를 적용해 계산한다. 평년단수는 과거 5개년 단수 중 최대치와 최소치를 제외한 3개년 평균 단수를 의미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87년 126만2000ha를 정점으로 1995년에는 105만6000ha로, 이후 10년 뒤인 2005년에는 98만ha로 두자리로 줄더니 2014년에는 81만6000ha를 기록했다. 감소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30년(1985~2014) 연평균 감소율은 1.4%였으나 최근 10년 평균 감소율은 2.0%였다.
쌀 소비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86년 127.7kg에서 2015년 62.9kg으로 연평균 2.4% 감소했다. 주목할 것은 가공용 쌀 소비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공용 쌀 소비량은 1986년 4만4000t에서 지난해 60만8000t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의 저가 공급량을 제외한 민간 가공량(시장에서 쌀을 구매해 가공)도 증가추세다. 민간 쌀 가공량은 1990년대 10만t 미만에서 지난해 24만6000t으로 늘어났다.
쌀 재고는 대략 8~10년 주기로 증감을 보이고 있다. 최고치는 1991양곡연도 214만1000t이고, 최저치는 1996년 24만4000t이었다. 쌀 생산과 소비 모두 감소추세이지만 생산보다 소비감소가 빠르다.
과거 30년 동안 연평균 벼 재배면적 감소율은 1.4%이지만 1인당 소비감소율은 2.4%로 감소율이 더 크다. 기타수요가 동일하다면 재고는 누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인당 소비량은 통계청 조사결과로 가공용 소비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공용 소비를 포함할 경우 소비감소율은 2.4% 보다 클 수 있다.
▶구조적인 쌀 수급불균형, 종합적 접근 필요=쌀 수급 불균형은 생산이나 소비 등 어느 하나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논에 타 작물 재배유도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벼 재배면적 3만ha를 우선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수요와 관련, 정부는 수출확대와 가공 산업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쌀 소비촉진운동은 밥쌀 소비를 늘릴 수는 없어도 감소율을 둔화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쌀 수요에서 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수급불균형완화를 위해 수출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체조절기구 및 수출촉진 프로그램은 물론 국가별 소득수준이나 소비패턴 등을 고려한 차별화 전략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 중국으로 국내산 쌀이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확대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쌀의 고급화, 특히 기능성 확보는 수출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쌀 소비는 줄어들지만 가공밥 등 가공용 쌀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밥쌀 대체 쌀 가공식품이 아니라 밀가루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쌀 가공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재 쌀 과잉재고는 수급이나 가격에 부담일 뿐만 아니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적정재고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올해부터 밥쌀로서 가치가 없는 오래된 정부미를 사료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가공용과 복지용 공급단가를 낮춰서 공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해창 기자/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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