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의 신화로 불리는 김각중 경방그룹 명예회장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경방은 김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부친인 고(故) 김용완 회장의 뒤를 이어 1975년 회장에 취임한 그는 한국 섬유의 세계 수출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섬유대국이 되는 기틀을 닦았다.
온화한 성품에 친화력을 가졌던 고인은 2000~2003년 제26대와 27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 대표로 활동했고 이후 전경련 명예회장을 지냈다.
김용완 회장에 이어 부자가 나란히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재계에 큰 화제가 됐다. 1996년 작고한 부친은 1964∼1966년, 1969∼1977년 등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 부자는 6대에 걸쳐 14년간 재계의 수장격인 전경련 회장을 맡은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은 우리나라 섬유산업 중흥을 이끌었던 분”이라며 “국내 대표 섬유 기업인의 한 분을 떠나보낸 것은 가슴아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경방은 일제 강점기인 1919년 인촌 김성수 선생이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립 이념을 내걸고 경성방직주식회사를 사명으로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다. 1941년에는 만주에 남만방적을 준공,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진출을 실현하기도했다.
광복 후 섬유산업 중흥에 앞장섰던 부친의 의지를 물려받은 고인은 사명을 경방으로 바꾸고 당시 사양산업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용인 공장을 신설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1980년대 초반 경기 불황이 닥치자 직위를 사장으로 자진 강등해 일선을 뛰면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용인, 반월, 광주에 공장을 짓고 1987년에는 수출 1억달러 돌파를 달성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경방필백화점과 우리홈쇼핑을 운영하며 유통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2009년에는 옛 경성방직 자리에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고인은 중앙염색가공회 회장, 한국섬유기술진흥센터 이사장, 섬유산업연합회 회장 등 굵직한 역할을 도맡았다. 1982년부터 6년간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직을 지냈으며 1984~1997년에는 제일은행 회장 자리를 맡아 경제 부흥에 일조했다.
유족으로 부인 차현영 씨와 아들 준(경방 대표이사 사장), 담(경방 타임스퀘어 대표이사 부사장), 딸 지영 씨 등 2남1녀가 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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