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에 대한 사랑 선언’(Declaration d`amour aux zombies)
영화인 브루스 라브루스(Bruce LaBruce) 눈에는 사회의 낙오자들이 섹시하게 보인다. 그는 그들을 소재로 한 에로틱하고도 낭만적이며 기묘한 영화들을 만들고 있는데 그중 최근작이 ‘오토(Otto)’란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에 죽은 자들이 깨어나며, 그것도 발기한 상태로 깨어난다고 상상해보라. 유쾌한 지옥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되살아난 좀비들은 고어 영화에 등장하는 멍청한 허수아비들과 달리 이야기하고 생각하며 지하철을 탈 수 있고 시를 낭송할 수 있는 지상에서 아주 쓸모 있는 친구들이다. 그러기에 좀비에 대한 페티시즘, 좀비 지지 운동, 심지어 좀비를 이용한 포르노 비디오가 등장하는 모습도 가능하다.
현실에는 좀비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소량의 가루에 자신의 몸을 팔 준비가 되어있는 마약중독자들이다. 살아있는 동시에 죽은 자들인 그들은 서로 매춘하며, 때로 마치 전염병처럼 매혹적인 존재로 변신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영화감독인 브루스 라브루스는 바로 이런 치명적 매혹을 자신의 새 영화 ‘오토’ 속에서 취급한다. 진정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작은 보석이라 할 만하다.
영화 ‘오토, 혹은 좀비들과의 사랑’은 아주 작은 동공을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절대 씻지 않는 그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마치 유령처럼 베를린을 배회한다. 그런데도 그는 아름답다.
수척한 얼굴에다 고정시킨 시선, 머릿속으로는 다른 곳을 상상하고 있다. 거리의 천사다. 브루스 라브루스는 그가 방황하는 장면을 영화 속에 담는다. 마치 꿈속에서처럼 오토는 전투적인 내용을 담은 포르노를 제작하려는 한 레즈비언 여자 영화감독과 조우한다.
죽음에 매혹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하트 모양의 묘석(墓石)을 선물한다. 그녀의 여자 친구는 영화사 초창기에 등장했으나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여배우들을 과장하면서 무성영화를 만들었다. 연극적이고도 숭고한 몸짓을 지녔던 이 여배우들을 오늘날 우리는 희극적인 유령처럼 바라본다.
공포 영화와 매력적인 우화를 뒤섞어놓은 듯한 영화 ‘오토’는 아주 은유적인 방식으로 환각 상태를 그려낸 연대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파리의 게이와 레즈비언 페스티벌에서 감독이 배석한 가운데 시사회 방식으로 처음 소개되었는데, 사람들은 이 영화를 “고독과 자아의 상실에 대한 현대판 우화”로 규정했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또 영화는 좀비들을 고혹적인 성적 오브제로 변모시켰다. 스스로를 파괴하기에 더욱 고혹적으로 느껴지는 오브제들이다. “좀비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오토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환상의 차원에서 바라보자면, 미래가 없는 이 인간들이 희미한 동공을 가진 눈으로 살아있는 자들을 응시하는 모습보다 더 혼란스러운 이미지가 어디 있을까? 장 주네(Jean Genet)와 미시마 유키오(Yukio Mishima)는 병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바 있었다.
병사들의 제복이 그들로 하여금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근육질이고, 더없이 젊으며, 고민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마약중독자들은 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군대가 익명화시켜버린 이런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브루스 라브루스는 이런 음울한 아름다움을 자기 방식대로 노래한다. 그는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로스앤젤레스의 무법자들을 찍는 탁월한 사진가이자 자신의 친구인 릭 카스트로(Rick Castro)와 함께 1980년대 초부터 마약에 의해 황폐해진 교외지역들을 누비고 다녔다.
바로 그곳에서 브루스 라브루스는 상반신을 벗고 흉터 투성이인 소년들을 찾아낸 후 그들을 자신의 첫 영화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슬러 화이트(Hustler White)’, 프랑스어로는 ‘하얀 창녀’라고 번역할 수 있는 영화 속에서 그는 타락한 인간의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했다.
‘톡시코’, ‘섹스와 고독’을 펴낸 작가 브루스 벤더슨(Bruce Benderson) 역시 비슷한 시기에 파멸 상태에 빠진 소년들 문제에 달려들었는데, 직접 체험한, 강렬하며, 노골적인 작품 속에서 그는 소년들을 지옥으로 내려간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은 단숨에 읽힌다.
좀비는 그들의 연인이다. 내적으로는 완전히 죽은 존재라 할지라도 좀비들은 살아가고픈 욕구를 우리들에게 제공한다. 최소한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우리는 영화 ‘오토, 혹은 좀비들과의 사랑’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하슬러 화이트’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지는 브루스 라브루스의 영화 ‘오토’)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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