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이 경쟁 방송사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해커를 고용해 시청잠금장치 해제 코드를 고의로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언론들은 27일(현지시간) 뉴스코프가 해킹 사이트 운영자를 고용해 해제코드를 인터넷사이트에 공개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NDS는 지난 2002년 리 기블링이란 해킹 사이트 운영자를 채용한 뒤 경쟁사인 ITV디지털의 잠금장치 해제 코드를 이 직원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유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TV디지털은 당시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B스카이B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해제 코드가 유포되면서 ITV디지털 가입자들은 간단한 셋톱박스 조작만으로 이 회사의 유료방송을 공짜로 볼 수 있게 됐다.이런 여파로 ITV디지털은 유료시장 기반이 무너져 같은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고 1500여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NDS는 2002년과 2003년에도 미국에서 카날플러스와 에코 스타 등 뉴스코프 경쟁사로부터 자사의 유료방송 코드 해제를 위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호주에서도 1999년 NDS가 고도의 해킹 기술을 악용해, 오스타, 폭스텔 등 경쟁사에 수백만달러에 상당하는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NDS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유료방송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연구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킹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블링을 채용했으나 그의 사이트를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한 적이 없으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영국언론은 타블로이드 신문의 불법도청 및 취재원 매수에 이어 이같은 혐의가 추가로 확인되면 뉴스코프의 영국 내 미디어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이같은 의혹은 뉴스코프가 39.1% 지분을 보유한 영국 위성방송 B스카이B의 방송사업 적격성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뉴스코프는 유료방송용 스마트카드 제조를 담당하는 NDS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