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46장의 폴라로이드 사진만을 걸치고 거리로 외출할 수 있을까? 1969년에 파코 라반은 거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듯 옷을 입으라고 여성들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지만, 2008년 올리비에 핀(Olivier Finn)은 그보다 한 술 더 뜬 제안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는 디지털아티스트인 올리비에 핀은 자신이 작업하는 일차 질료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그는 적외선으로 자위하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한다. 열 광선을 이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피가 솟아오르고 열기를 내뿜으며 오르가슴을 느끼는 상태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아주 차가운 검은색과 흰색을 택한 후 그녀들의 벗은 몸을 폴라로이드로 남기는 방식을 즐긴다. 그녀들이 수줍게(?) 몸을 다시 감싸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올리비에 핀은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가능한 공짜 버전의 의상을 제공한다. 남녀가 이걸 걸치면서 가벼운 옷차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등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게 직접 조립해 입힐 수 있는 의상 키트인 올리비에 핀의 작품에는 ‘파코로이드(Pacoroid)’란 제목이 붙었다. 이 키트는 파코 라반에게 헌정됐는데, 1969년 파코 라반은 작은 네모 형태의 색조 셀룰로이드로 조립이 가능한 의상을 한 여성잡지 독자들에게 제공했던 적이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올리비에 핀은 “파코로이드 키트는 커플들을 위한 실내 게임입니다. 물론 몸에 하는 작업이지만, 퍼즐이나 모형과 다를 바 없는 조립 게임이지요. 약간의 에로티시즘이 가미돼 있기는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키트는 지난해 여름 일시적으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제공됐다.
사람들은 조립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제공하는 사람을 구하기만 하면 됐다. 인터넷으로 올리비에 핀 사이트의 ‘핀더스트리(FINNDUSTRY)’ 페이지에서 ‘파코로이드 키트 다운로드’를 받으면 PDF 파일 형태로 된 46장의 폴라로이드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조립 및 부품설명서 등이 나온다. 이를 두꺼운 사진용지 위에 인쇄해 잘라 조립하면 끝이다.
각 폴라로이드 사진은 유두, 목, 겨드랑이, 음부 등 나신(裸身)의 한 부분을 나타낸다. 46개의 사진에는 각각 번호가 매겨져 있다. 음부 위에 성기 사진, 엉덩이 위에 유방 사진이 제대로 놓이기 위해서는 모자이크 의상의 조립설명서를 따라가면 된다. 일탈에 대한 욕구에 도취돼 이미지들의 순서를 바꾸기로 마음먹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어느 정도 미치고, 창조적이어도 좋다. 그러한 의상을 걸치는 행위 자체가 행위예술이지 않는가? 올리비에 핀이 보기에 이러한 방식 속에는 다른 여성의 몸을 제 것으로 만들고 또 다른 남자를 발명해내는 즐거움이 들어 있다.
“법에 저촉되는 육체를 조각해내던 파코 라반의 ‘선언용 의상’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의상은 사람들이 직접 조립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파코 라반이 감행한 주요한 일탈 중 하나를 나는 재현해냈습니다.
그건 바로 모두가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직물을 발명해낸 것이지요. 부분적으로는 시선을 통해 그것을 뚫어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의상의 에로티시즘, 창조의 유혹에 대해 이보다 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해프닝에 해당합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공적 여성의 이미지가 모델의 벗은 몸을 은폐하거나 장식하는 의상 위에 재현됩니다. 의상은 벗은 여성들의 육체 조각들을 나타내는 폴라로이드 사진들의 모자이크에 해당합니다.
이 차가운 이미지들 아래에는 그와 극도로 대조를 이루는, 여성의 에로틱한 용솟음이 있습니다. 바로 이 여성이 우리를 매혹시키지, 공적인 이미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의상의 럭셔리한 버전이 실크스크린 형태의 한정판으로도 존재한다. 올리비에 핀 사이트에서 그것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무료다. 조립 그리고 숨바꼭질 놀이에 대해 취미를 가진 모든 남녀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올리비에 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연출한 의상 사진을 그에게 보내면 된다. 사교파티 같은 이벤트, 전시회 오프닝 행사, 사교모임, 혹은 단순히 댄스파티 같은 행사가 열릴 때 이 의상을 입으시길. 올리비에 핀은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에로틱한 게임은 모두에게 황홀한 떨림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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