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With me ] 부자의 자격-新리세스 오블리주 <7> 스포츠계 ‘나눔 리베로’…홍명보 이사장 단독 인터뷰

최선 다해 나누겠다는 의지가 중요 최고의 기부는 아이들에 희망주는 축구

온가족 동참후 매일매일 웃음꽃 부모가 실천하면 아이들도 닮아

저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더 나눔 동참하면 그것으로 만족

기자는 그를 세 번 만났다. 가장 처음은 텔레비전(TV) 속에서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마지막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4강골을 견인하고 머릿결을 휘날리며 환호하던 모습은 명장면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그는 코치였다. 기자는 월드컵 현장에서 시범경기와 본경기를 취재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연습경기, 노르웨이 평가전, 독일월드컵에서 본게임 중 선수가 다치기라도 하면 약통을 들고 비호같이 달려들어가 토닥거리던 그는 정다운 ‘맏형’이었다.

세 번째로 본 것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행사에서였다. 그는 이날 자선축구대회로 모은 수익금 1억원을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그는 기부금을 전달하며 쑥스러운 듯 웃으며 “자선축구경기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더욱 많은 소외계층 어린아이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많은 사람과 꿈을 나눌 수 있도록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름아닌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다.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분초를 아껴 이날 기부행사에 참석했다. 축구계에선 ‘영원한 리베로’지만 남을 배려하고 돕는 사회인으로서도 ‘나눔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기부행사 뒤 헤럴드경제가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부자의 자격-신(新)리세스 오블리주’와 관련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단독 인터뷰를 갖고 본인의 나눔철학과 스토리를 살짝 공개했다.

▶왜 나누냐고요? 받은 사랑 돌려주는 것일 뿐=홍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부행사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매번 부족함을 느낀다”며 “열심히 (사회에)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9번째 회원이다. 개인기부도 통크지만,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홍명보장학재단은 2003년부터 매년 연말 국내 축구 올스타 및 연예인이 포함된 팀을 구성해 자선축구를 펼쳐 이를 통한 수익금을 꾸준히 기탁해오고 있다. 벌써 자선축구를 통해 기부한 금액만도 총 8차례에 걸쳐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가 ‘나눔 리베로’가 된 것은 축구와의 인연을 떼놓을 수 없다.

“한일월드컵에서 국민께 엄청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 이후 은퇴를 하면서 (국민이 주신) 사랑을 고스란히 돌려주자는 뜻에서 장학재단을 설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실천을 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축구를 통해 ‘리베로’로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의미있게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나눔에 발을 들여놨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나눔에 처음 눈을 뜬 것은 미국프로축구(MLS) 시절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그는 2003년 MLS로 건너가 2년간 LA 갤럭시에서 뛰었다.

“축구가 끝나면 자선파티, 기부행사가 자연스럽게 열렸어요.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때 ‘나도 나중에 기부에 동참하자’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홍 이사장은 자신의 축구 재능기부에 큰 보람을 느낀다. “재능기부는 자기가 갖고 있는 특성을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이라며 “유소년축구를 같이하고, 그들에게 작지만 가르침을 주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과 축구를 같이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부”라고 말한다.

도움을 받는 어린아이가 나중에 꼭 축구선수로 클 필요는 없단다. 유소년축구를 통해 훌륭한 선수로 자라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협동심이나 인내심을 길러 성인이 될 때 필요한 중요한 덕목을 기를 수 있다면 더 가슴 뿌듯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3년 처음 자선축구경기를 시작했다. 그때 도움을 준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다음해 수술을 잘 마치고 와 시축을 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고 회고했다.

▶나눔? 부모가 나서면, 아이들은 따라하는 것=홍 이사장은 부모의 나눔실천을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도 많은 것을 나눠 가지면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답습하기 때문에 부모가 나서 나눔을 실천하면 아이들도 그대로 닮지 않겠냐”고 되묻는다.

나눔을 하다보니 집안에도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내나 다른 가족도 제가 나눔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자신만의 나눔철학이 있느냐는 물음에 “특별한 철학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나눔을 할지, 어떻게 나눔활동을 전개할지 선을 그려놓은 계획이 없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그러나 “나눔을 언제까지 하겠다고 정하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해야겠다는 생각이며, 중요한 것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현재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며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아무래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이기에 축구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어 화제를 돌렸더니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조만간 축구감독으로서 매우 바쁘게 돌아다닐 것 같은데, 좋은 축구를 통해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별 것 아니지만 제 기사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나눔에 동참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나눔 리베로’다운 의미심장한 멘트였다.

<김영상 기자> /ys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