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독재정치 묵과에 역풍
‘6시간 천하’로 끝난 터키 쿠데타 이후 대대적인 숙청에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의 대중동ㆍ유럽ㆍ테러 정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17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묵과해온 미 외교정책이 역풍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쿠데타를 진압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철인통치’의 명분을 얻으면서 미국과 유럽에 타협적인 자세보다는 독자전선을 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발생한 직후 미국과 유럽은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옹립된 에르도안 정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과 유럽의 입장에는 터키의 ‘현상유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의 대(對)테러전 및 난민유입 저지 행보를 돕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 대외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펼치면서 가시화됐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6000여 명의 쿠데타 가담세력을 연행하며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예고했다. 연행된 군부 세력 중에는 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및 대(對)테러 정책 운용에 핵심 역할을 하는 인지를릭 공군기지의 군인들도 포함됐다. 터키 당국은 “베키르 에르칸 반 장교를 포함한 10명의 군인들이 쿠데타에 가담됐다”며 이들을 연행해갔다. 이에 인지를릭 공군기지는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현재 전투기 운용이 재개됐지만 전기공급은 여전히 제한된 상태다.
인지를릭 공군기지는 미국의 B61핵폭탄 약 90기가 배치된 곳으로,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중동지역과 가까워서 미국이 나토 정책 및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거점으로도 운용해온 곳이다. 지난 10월 미국이 IS 주둔지에 가한 드론공격도 인지를릭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치러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나토 및 대(對)테러 정책 수행에 터키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 과학자연맹의 핵정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한스 크리스텐슨은 “터키가 배치하고 있는 핵무기의 양은 나토 가입국가에 배치한 전체 핵무기 양의 25%에 달한다”며 “터키의 치안문제와 외교변화를 고려해 핵폭탄 배치를 재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최근 미국의 ‘견제국가’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적’에서 ‘형제’로 수정하며 독자적인 외교전선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국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폭군’으로 규정하고 오늘날의 난민사태와 IS 세력확장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이자 나토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터키는 ‘친(親) 아사드’ 노선을 밟으며 러시아와 협력할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 이후 미 외교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인통치’를 우려했다. 미국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16년을 들여 기껏 짜놓은 유라시아 권역 세력균형을 위한 ‘체스판’이 에르도안 정부의 움직임 하나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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