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 칼 페테르손, 다이어트 이후 22차례 컷통과 좌절 다시 몸불려…지난주 PGA 헤리티지오픈 우승 ‘뱃살 예찬?’
“그래, 나 뚱뚱하다. 그런데 내가 뚱뚱해서 골프에 폐 끼친 거 있냐? 성적이 안 나도 내가 안 나고, 우승을 해도 내가 하는 거 아니냐. 꿩 잡는 게 매라고, 마르고 근육질이든, 뚱뚱하고 물렁살이든 자기가 골프 치기 편하면 되는 거지 왜 살을 빼라 마라 하는 거야? 살 빼서 골프 안 되면 책임질 거냐? 물론, 퍼팅할 때 배 때문에 볼이 안 보이긴 해. 그래도 내가 좀 멀리 놓고 퍼팅하면 되는 거지, 니가 상관할 일은 아니잖아. 어쨌든 니들 오해하지 마. 나, 마음만은 호~~올쭉하다!”
지난주 끝난 미 PGA(남자프로골프) 투어 RBC 헤리티지 오픈에서 우승한 스웨덴의 칼 페테르손(35)이 인기 코미디 프로인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코너를 봤다면 이렇게 분노했을지도 모르겠다.
살찐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싸우느라 핏대가 터지도록 열변을 토하는 김준현은, 세계 정상에 선 골퍼 페테르손의 대변자로 매우 적합해 보인다.
골프는 운동이다. 축구나 복싱 같은 엄청난 근력을 만들어야 하는 종목은 아니지만, 스윙에 필요한 근력은 일반인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련돼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골프선수들은 날렵하거나 근육질의 잘 빠진 체형을 갖춘 선수들이 대다수다. 타이거 우즈, 아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등이 그렇다. 물론 그냥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도 많지만 존 댈리, 로라 데이비스 같은 거구형(?)은 흔치 않다.
페테르손은 분류하자면 거구형이다. 얼핏 봐선 한국의 ‘흔한 주말골퍼’ 중 한 명이라 해도 믿을 만큼 선수답지 않은 몸매를 갖고 있다. 공식 프로필상 180㎝에 90㎏으로 나와 있지만 체중을 좀 줄인 게 아닌가 싶다. 불룩한 배와 턱선이 보이지 않는 얼굴형에 두툼한 팔다리의 살을 보면 과연 골프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페테르손에게 넉넉한 뱃살은 게으름으로 인한 부산물이 아니다. 그의 골프를 가능하게 해주는 원천이다.
페테르손도 한때 다이어트와 감량이라는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 적이 있다. 2008년 1승과 함께 상금 250여만달러를 획득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페테르손은 그해 말 몸매를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명색이 PGA 강자인데 체형이 D라인이어서야 되겠나. 사진발도 안 받고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한 듯 페테르손은 피트니스센터에서 14㎏을 감량해 얼추 보통 체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살 빠진 페테르손은 머리털 없는 삼손이나 마찬가지였다. ‘날씬해진 페테르손’은 2009년 8연속 컷 탈락(기권 1회 포함) 등 무려 22차례나 컷 통과에 실패하며 50여만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2004년 이후 페테르손이 100만달러 이상 벌지 못한 것은 그해뿐이었다. 살을 뺀 거 외엔 도대체 경기력이 떨어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밤마다 맥주를 퍼마시며 다시 푸근한 몸매를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2010년과 2011년은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올 시즌 역시 기분 좋은 우승을 신고했다. 페테르손과 헤리티지오픈 우승경쟁을 벌였던 콜트 크노스트 역시 98㎏의 거구였으니, 바야흐로 헤비급 골퍼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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