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개발되는 용산 서부이촌동 가보니
“겉만 화려한 청사진 걸어두고 좋아하면 뭐합니까. 우리 주민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자기들만의 잔치일 뿐이죠”
3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민의 반응은 썰렁하다 못해 냉랭했다. 전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최종 초고층빌딩 스카이라인 디자인이 발표되고 화려한 조감도가 신문과 방송 등 메스컴을 장식한 데 대한 냉소적 반응이었다. 정작 용산개발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주민보상 문제는 재쳐두고, 겉보기만 그럴듯한 청사진을 먼저 발표한 것이 불쾌하다며 불만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용산역세권개발이 2일 발표한 조감도에는 랜드마크인 111층, 620m짜리 ‘트리플원 빌딩’과 ‘더클라우드’ 아파트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초고층 빌딩들이 한강변을 빼곡히 채워 서울의 대표적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래의 상상도일뿐 현실은 대림ㆍ성원 아파트들이 한강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다. 속칭 ‘성냥갑 아파트’가 한강 조망을 가리고 있는 한 용산개발의 장대한 스카이라인은 무의미한 공상에 그치게 된다.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용산역세권 개발 간 보상을 둘러싸고 눈치 싸움이 치열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림, 성원 등 한강변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몸 값’에 걸맞는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수년간 추진해오던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데다, 갑작스런 투기열풍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이면서 5년여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투기이익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아래 이달 말 보상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집값이 크게 올랐던 2007년 가격으로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부이촌동에서 식료품을 운영하는 한모(55)씨는 “그동안 개발업체에서 주민 설명회를 열거나, 보상 문제를 협의해보자는 제안 한번 없었다”며 “일방적으로 보상계획안을 제시하는 무성의에 열불이 난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새로 발표된 용산 스카이라인 조감도를 봤다고 했다. 그만큼 용산개발과 보상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그 안에서도 주민들의 찬반은 엇갈렸다. 대림아파트에 사는 정모(65)씨는 “무조건 존치”라며 “개발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남의 재산을 가지고 마음대로 보상을 하네마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용산개발 계획 발표전까지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던 윤모(63)씨도 “주민들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도 안되겠지만 개발업체도 적정한 금액을 보상해 줘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줄곧 분리 개발을 이야기했지만, 통합개발이 주민이나 개발업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상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대림아파트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우선 이번 달에 보상 계획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보상액이 크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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