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CGV꼴라주상 수상‘ 파닥파닥’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 자유 찾아가는 모험 그려
노동의 주름 가득한 촌부들 선착장 파도는 객석 적실듯 사실성 넘치는 항구 풍경 독창적 색깔 잇단 찬사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을 보면 미국 도시의 느낌이 전해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을 보면 일본만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 나오죠. ‘한국적 공기’를 담은 우리만의 색깔을 찾고 싶습니다.”
2007년 가을 어느날, 이대희(35) 감독의 눈에 횟집 수족관의 활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늘 오가며 지나쳤던 통근길의 횟집이었지만 그날만은 새로웠다. 어항 속 고기가 답답하고 지루한 매일매일을 보내는 직장인, “꼭 내 처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강원도 속초항을 오가면서 고등어ㆍ넙치ㆍ바닷장어ㆍ킹크랩 등을 열심히 사다 나르며 사진 찍고, 스케치하고, 컴퓨터그래픽을 더했다. 5년의 작업 끝에 이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완성해 지난 4일 폐막한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CGV꼴라주상을 수상했다.
‘파닥파닥’은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가 자유를 찾아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싸움과 모험을 그렸다.
“ ‘니모를 찾아서’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너무 예쁜 세계만을 표현한 것 같아서 그것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도전의식이 있었습니다.”
영화 초반 그물을 끌어올리고 잡힌 생선을 양동이에 퍼나르는 항구의 풍경은 실사를 보듯 사실성이 넘쳐난다. 어부의 힘줄은 터져 나올 듯하고, 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아주머니의 주름이 생생하다. 선착장에 부딪치는 파도의 포말이 객석을 적실 듯한 기세다. 색연필로 수작업한 그림에 노래와 음악을 더해 꿈과 공포를 표현한 환상적인 장면도 있다. 3D 디지털 방식에 셀 애니메이션, 드로잉온페이퍼 등 다양한 작업이 동원됐다. 횟집 어항 안에서도 포악한 지배자인 넙치와 음흉한 하수인인 바닷장어, 약자인 농어와 도미, 놀래미 등이 권력과 서열 투쟁을 벌인다. ‘사시미 칼’이 물고기 배를 가르는 잔혹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아름다운 판타지도 있다.
제작비 10억원의 ‘파닥파닥’은 최근 상승 기세인 한국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독창적인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적인 색감과 그림체로 자연과 가족에 대한 깊이있는 철학을 담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학교 내 청소년 폭력의 고리를 통해 서열짓는 사회의 욕망을 풍자한 ‘돼지의 왕’, 한반도의 백악기 공룡시대 다큐멘터리를 극화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등 사회현실이나 생태계를 반영한 ‘사실주의적 경향’이 뚜렷하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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