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다양한 중금리대출상품이 중간정도의 신용등급을 지닌 고객에게 합리적인 금리를 제시한다는 이점은 있지만 자칫 부실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기 단계로 평가시스템 부재와 검증되지 않은 수익성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상품의 경우 연체율 상승으로 승인거절 건수가 늘어나는 등 ‘중신용자(4~7등급) 맞춤 신용대출시장 확대’란 당초 취지가 퇴색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연체율 관리와 확실한 수익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현재까지 연체율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대출 특성상 기본 6개월에서 1년 만기상품이 대부분이어서다. 때문에 하반기나 연말에 나오는 실적이 리스크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자 신용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확대의 속도는 빠르지만 금융권의 중신용 고객에 대한 신용 평가 기술이 아직은 정교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우리은행의 중금리대출 ‘위비모바일대출’은 1년 동안 120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11월 말 기준 연체율이 2.29%로, 국내 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평균(0.67%)보다 세배 이상 높았다.
상품 출시 6개월도 안돼 서울보증보험이 제시한 손실분담 기준 손해율인 1.5%를 넘어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은 1년간의 신용카드 기록을 요구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고 최대한도도 기존 당초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췄다.
수익성도 문제다.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중ㆍ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판매경험이 부족하고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상품의 경우 연체율이 다른 대출에 비해 높아 금리 산정시 이를 반영해야 하지만 연체금리가 제한돼 금리(가격)책정도 쉽지 않다. 중신용자에 맞춘 신용평가모델(CSS)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5년 SC제일은행이 중금리대출상품(셀렉트론)을 내놨지만 부실대출로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저축은행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고객 특성상 대손율이 높은 데다 모집비용 등 원가구조를 고려할 경우 10% 안팎의 대출상품 취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잇돌대출까지 출시되면서 금리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저축은행 고객의 연체율이 은행보다 10배 가량 높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금리대를 산정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금리에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시험단계로 수익성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다들 뛰어들고 있고 정부 눈치도 보이는 만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사의 신용평가 기법 고도화 및 세밀화 등 중신용등급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려는 노력과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ㆍ저신용층 신용평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거래정보 위주의 정형화된 분석에만 의존하는 측면도 기인하기 때문에 정성적 항목을 포함한 빅데이터 기반하에 분석기법을 세밀화ㆍ고도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고객들의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고 어느 정도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카드사 등과 연계해 중금리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따른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신용정보원이 보유한 대부업 신용정보 전체를 저축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과 공유한다”며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예측 가능성 증대로 저축은행 등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건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 간 연계영업이나 제휴를 통해 업권 간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면서 “보증보험사의 합리적 보증료율과 손실분담률 설정도 중금리대출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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