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수장 미래전략실장 임명…글로벌 위기속 새 좌표 설정 과제로
어찌 보면 예상된 인사였다. 다만 위기가 맹장(猛將)을 좀 더 빨리 무대 위로 이끌어냈을 뿐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얘기다.
김명섭 기자 msiron@
출발은 겸손했다. 8일 오전 그룹으로 첫 출근한 최 실장은 평상시와 달리 삼성 본관 정문이 아닌, 50m 전 거리에서 차에서 내려 로비까지 걸어왔다. 이날 언론 스포트라이트 주인공인 최 실장은 로비에서 기다린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는 인사말만 남기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의 첫 출근은 이렇듯 절제와 겸손이 묻어나왔다. 50m 전에 차에서 내린 것은 일종의 심호흡이었을까. 그의 향후 역할이 겉으로 티나지 않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을 계열사에 전달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를 시너지로 연결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이 회장을 보좌해 온 김순택 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앞으로는 최 실장이 그룹 전체에 이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식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됐다. ‘덕장(德將)으로 평가돼 온 김순택 실장의 사임과 공격경영의 대표주자인 최 실장의 임명은 행간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번 인사를 두고 그룹 안팎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긴급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해석한다. 위기의 진앙지 유럽 사정을 직접 살피고온 이 회장이 정기 인사가 아닌 전격인사를 단행하고 그룹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준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와 삼성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과의 소송, 상속 관련 소송, 신성장동력 확보 등 굵직한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이를 정면 돌파해낼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 실장은 현재 삼성이 꺼낼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최 실장은 부드러운 눈매에 온화한 인상이지만, 알고보면 전투형이다. 삼성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추진력이 강한 저돌적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에 준할 정도로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를 그룹 곳곳에 심고, 최고조에 달한 긴장감을 전파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인물로 꼽힌다. 최 실장은 실적이 동반된 최전선 공격형 CEO다. 2006년 보르도 LCD TV를 통해 소니를 제치고 34년 만에 전 세계 TV 시장을 석권한 일등공신이다. 글로벌 격전장엔 항상 그가 있었고, 그때마다 승전보를 챙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의 무한신뢰 속에 낙점된 최 실장은 그렇지만 숙제가 켜켜이 놓여 있다. 대공황 이상이라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삼성의 길을 찾는 데 일조해야 하고, 글로벌 스마트전쟁과 특허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이 회장을 도와 그룹의 올바른 좌표를 견인해야 할 과제 앞에 서게 됐다. 실장 의자에 착석하는 순간, 최 실장의 고민도 시작됐다.
<김영상ㆍ홍승완 기자> 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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