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2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40
“아시다시피 지금 남북 교역은 꽉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황금평과 나선특구로 출구를 모색하려는 중이지요.”
긴장해서일까.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권도일에게 두 명의 요원이 간이 브리핑을 하는 중이었다.
“교역이 거의 중단된 상태인가요?”
“그런 셈입니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사건이 있고나서…우리 정부가 대응 실시한 것이 남북 경협을 축소하고 교류제한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조치를 취한 것이 벌써 두 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벌써 2년이 흘렀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2년 동안 북에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보여주자는 우리 측 의도가 제법 먹혀들었겠지요. 하지만 그쪽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돌파구를 뚫은 셈이지요.”
“그 돌파구 역할을 하는 곳이 신의주 근처에 개발한 황금평, 그리고 나진, 선봉지역이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두 명의 요원은 장차 한반도 상황이 변화할 경우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중국을 잇는 경제벨트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는 중이었다. 물론 높은 양반, 혹은 대선주자의 지시에 따른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권도일은 그들의 말을 건성으로만 듣고 있었다. 나진이나 선봉을 통해서가 아니라 단둥을 통해 북으로 들어가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둥은 나진ㆍ선봉 지역과는 달리 인프라 투자가 썰렁한 편이었다. 얼마전에는 중국의 여러 컨소시엄 관계자가 단둥에서 철수했다는 정보를 얻어 듣기도 했다.
“단둥으로 해서 들어간다던데요? 교역이 중단된 썰렁한 곳을 통해 들어간다는 건…내 임무가 교역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전혀 다른 목적으로 방문하는 셈인데 그깟 경협 현황을 브리핑 받아서 뭐하겠소?”
“그래도 들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차라리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 임무를 되돌아보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권도일이 정색을 하자 두 명의 요원은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비행기는 중국 영토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비행시간이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글라이딩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 권 전무님 여권이 있습니다.”
출입국 관리대를 통과할 때도 내주지 않았던 여권을 요원들은 그제야 권도일에게 건네주었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하라는 뜻인가. 외교관이나 기자 여권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일반여권이었다.
“중국 땅에 내리시면 현지 중국에 거주하는 보안요원 두 명이 전무님을 모실 것입니다. 교통편은 승용차입니다.”
“다리 중앙까지 가서…북한요원에게 인계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내 신변은 보장받을 수 없는 건가요?”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들은 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비행기는 벌써 기수를 내리고 착륙하는 중이었다. 손바닥만한 창문을 통해서도 이곳이 중국 땅임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물방울이 창문에 비껴 매달리는 것을 보니 비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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