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 밀양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경찰청이 밀양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 소재 한 업체를 수사하자 검찰이 돌연 사건을 관할지역 경찰로 이송지휘한 것이 갈등의 씨앗이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지난 2~7월까지 5개월 간 검찰의 이송지휘 현황을 공개하며 반발에 나섰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은 17일 오전 부산지검에 재지휘 건의를 공식 요청했다.
17일 경찰청이 공개한 ‘관할위반 사유로 인한 검찰 이송지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7월16일까지 전국적으로 23건의 이송지휘가 내려졌다. 경찰은 이중 8건에 대해 재지휘 건의를 요청했지만 수용된 건은 5건에 불과했다. 본청의 경우 지난 3월 경찰이 검사를 고소한 ‘밀양사건’과 용인시장 뇌물수수, 밀양사건 관련 업체 다단계 사기 수사 등 총 3건에 대해 이송지휘가 내려졌다. 모두 본청 지능수사대가 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검찰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밀양사건 관련업체 다단계 사기 수사와 관련해서는 지난 4월 수사가 시작된 후 부산지검이 계좌추적 및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까지 청구해 발부됐고 관계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지만 해당 업체가 밀양사건과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나타나자 돌연 이송지휘를 내렸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이송지휘 내용에 보면 서울과 부산의 거리가 멀어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돼있다. 이제까지 검찰의 영장 청구 등의 수사 지휘가 다 잘못됐다는 말을 스스로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경찰청이 관할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경찰청은 전국적인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관할권이 있다. 또한 경찰청 내에서도 지능수사대 사건 만 이송지휘가 된 것은 밀양사건을 이유로 검찰이 트집잡기를 한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송지휘로 피해자들이 진술을 다시 해야하는 상황으로 수사과정에서 2차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 용산경찰서가 수사하던 강간 사건이 피의자 주거지 관할인 강동서로 이송되면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6월에도 서울 서대문서에서 수사하던 강간 피의사건이 경기 부천경찰서로 이송지휘됐다. ▶관련기사 6월9일자 헤럴드경제 사회면
관할위반 사유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이송지휘도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가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 중이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3일 피의자 주거지 관할서로 이송지휘를 내렸다. 그 결과 바로 옆 용산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거리 상의 이유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된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박노섭 한림대 교수는 “관할구역의 수사를 경찰에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사보고와 관할 건은 별개의 문제다. 법원도 피고인 쪽에서 문제를 삼지 않을 경우 관할 위반 선고를 하진 않는다. 검찰의 전형적인 경찰 길들이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밀양사건은 현직 경찰관이 경남 밀양소재 A폐기물처리업체를 수사하던 중 창원지검 밀양지청 B(38)검사가 자신에게 폭언을 하고 수사를 방해했다며 검사를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청은 부산 소재 C투자회사와 A업체 등이 짜고 코스닥 상장을 미끼로 투자자 1700여명으로부터 19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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