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구하기 위해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가운데,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CB는 다음달 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 국채매입재개 등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드라기 총재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ECB는 주어진 권한 내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너무 높아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채 금리를 관리하는 것은 ECB의 임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ECB는 2월말까지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하고 이후 중단한 상태다. 또 저금리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 재개나 추가 금리 인하 등 조치도 나올 수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스페인과 그리스 위기 재점화, 독일과 영국 경기지표 악화 등 악재가 숨 쉴 틈없이 터지면서 ECB의 시장개입 요구가 확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 발언이 나온 뒤 시장은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급등했으며, 최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ECB의 정책실천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이다. 또 여전히 국채매입을 반대하는 독일 등을 배제하고 ECB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로존 안정을 위해 일시적인 미봉책이 근본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트르담대학의 제프리 버그스트랜드 재무학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국채매입 재개 등은 유럽의 경기침체를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시장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부양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로존과 ECB 지도부에서도 재정 위기가 심화되자 ECB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디에르 레인데르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25일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ECB가 유로국 정부의 차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드바르트 노워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장도 이날 블룸버그 TV에 “곧 출범하는 유로화안정기구(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해 ECB에서 직접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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