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회장 ‘3·5공식’ 깨고김승연 한화회장 징역4년 법정구속

재벌그룹 회장 ‘3·5공식’ 깨고 김승연 한화회장 징역4년 법정구속

“CM은 신(神)이다.” 검찰이 한화그룹 압수수색 때 찾아낸 문건에 기록돼 있던 글귀다. 체어맨(Chairman)의 약자 CM의 주인공으로, 한화그룹 안에서 신처럼 추앙받던 김승연 회장도 결국 법 앞에선 자연인이었다.

1심 법원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6일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김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계열사 보유주식을 누나(김영혜 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의장)에게 싸게 양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김 회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또 “김 회장은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한화그룹은 그를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보고 및 지휘체계를 이루고 있어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김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함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 총수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오던 법원의 오랜 관행은 깨졌다. 이에 대해 이번 판결은 경제민주화 논쟁과 함께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는 여론 속에 나온 것으로, 향후 법원의 대기업 총수 재판에 표본이 될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례적인 판결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필귀정이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중죄를 짓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재벌 총수들을 여럿 지켜봐왔던 것에 대한 불만을 뒤늦게 호소하고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진리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게 됐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당장 그룹운영에 차질이 발생한 한화그룹과 SK, 태광, 금호석유화학 등 오너 일가의 재판을 진행 중인 재계는 우려를 금치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논평했다. 재계는 “유죄 부분에 대해 응당한 책임를 지는 게 맞다”라면서도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집행유예을 금지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최근 정치권의 분위기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재계는 “재벌회장이라고 해서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손바닥 뒤집듯 판례를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죄 값은 분명 치러야 한다. 법치주의가 바로서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더 이상 흘러나와선 안 된다. 다만, 법의 잣대가 일순간 정치기류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오직 한결같이 법 앞에 평등한 만인이 있어야만 한다.

김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선고가 법치주의 국가 설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