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행보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ㆍ개방과는 간극이 있지만 변화의 몸짓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으로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서구식 공연 연출, 처 공개, 리영호 숙청, 왕자루이 접견 및 경제발전 강조 등 7월 이후 김정은의 정치행보가 국내외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경제관리 개편 소식이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책방향의 키를 개혁으로 틀지 않았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런지 이번 경제관리 개편동향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관리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느 정도 개혁적인가 하는 문제다. 알려진 바로는 협동농장 분조 규모 축소, 기업의 경영자율권 확대, 물가ㆍ임금 조정, 당ㆍ군 산하 기업의 내각 이관이 핵심이다. 2002년 ‘7ㆍ1 조치’ 당시 실험했던 처방들로 계획경제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정권의 의도와 다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국의 개혁도 시작부터 시장경제가 최종 목표였던 건 아니었다. 초기 개혁조치 대부분은 이념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들이었다. 다만 중국은 집단영농방식 철폐(인민공사 해체)를 통해 농업생산성을 크게 높여 개혁을 심화ㆍ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점이 지금 북한이 저울질하고 있는 경제관리 개편방안과 차이 나는 부분이다.
둘째, 정책 집행에 필요한 비용 충당 문제다. 북한이 경제관리 개편 성과를 보려면 적절한 초기 투자가 필수적인데, 내부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도 이를 의식한 듯 작년 말부터 외국인투자 관련 법령을 대폭 손질하고 합영투자위원회를 전담기구로 지정하는 등 외자유치를 위한 법ㆍ제도 정비에 힘써왔다. 그런데 외국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인프라 확충, 국제 규범 및 상거래 관행 준수 등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측면의 노력은 미흡하다. 또 가장 확실한 투자국인 한ㆍ미와의 관계 개선에 미온적인 점은 특히 아쉽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 포기 요구를 무시하고 ‘핵 보유국’임을 헌법에 명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른바 ‘동상파괴 음모’를 발표하면서 ‘초강경 물리적 대응’ 등 비방ㆍ협박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셋째, 간부와 주민들의 정책 지지 및 동참 문제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연설과 담화를 통해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해 왔다. 공격적인 민생현장 방문과 함께 모든 기관에 식량ㆍ생필품 증산을 독려하는 등 주민 배려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반응은 차갑다.
‘경제관리 개편’을 지시하면서도 ‘선군정치ㆍ사회주의 원칙 고수’라는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는 세습정권의 리더가 ‘경제 살리기’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북한 내부에 폭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종합해볼 때, 최근 북한의 행보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ㆍ개방과는 간극이 있지만 변화의 몸짓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북한이 우리의 일관된 대북정책,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김정일 급사 등으로 크고 작은 난관에 부딪히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지금의 작은 변화가 1인 독재체제 및 집단주의 완화, 핵 포기와 글로벌 스탠더드 존중, 군수경제의 민수 전환 등과 같은 본질적 개혁ㆍ개방의 서곡(序曲)이길 기대해본다.
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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