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병국 기자] 24일 오전 10시께 서울 광진구 중곡동. 전자발찌를 찬 채 30대 여성 B 씨를 성폭행하려다 저항에 부딪히자 살해까지 한 A(42) 씨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 양 팔에 찬 수갑을 수건으로 가린채 하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A 씨가 호송차에서 내렸다. 경찰에 이끌려 범행현장으로 걸어가는 A 씨를 향한 주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모자와 마스크 벗겨라!” “이 자리에서 죽여라.”라는 주민들의 고함이 쏟아졌다.

A 씨는 고개를 숙인채 경찰손에 이끌려 B 씨 집 대문 앞에 섰다. 숨진 B(37) 씨의 시동생 C(37) 씨가 소리쳤다. “너 XXX, 내 얼굴 똑똑히 기억해.”

현장검증은 30여분 동안 비공개로 이뤄졌다. 2층 창문을 등지고 선 A 씨의 모습이 보였다. A 씨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주민들은 술렁였다.

범인이 2층으로 올라 간지 20분쯤 됐을까. 2층 현과문이 열리면서 마네킹이 보였다. 현관을 통해 도망가려던 B 씨를 흉기로 찌르는 장면의 재연이였다. 여기저기서 B 씨의 가족들과 주민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현장검증이 끝나고 A 씨가 경찰 손에 이끌려 다시 내려와 B 씨 집 문앞에 섰다. 경찰에 이끌려 기자들 앞에 선 A 씨는 유가족에 대해 할말이 있느냐, 왜 그랬느냐라는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채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10시 50분께 경찰 손에 이끌려 호송차로 돌아가려는 순간, 몇명의 유족들이 통제선을 뚫고 A 씨를 향해 뛰어갔다. 한 유족은 1m 길이의 나무 막대기로 A 씨를 때리려 했으나 제지당했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B 씨의 유가족과 친구, 100명의 동네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B 씨의 남편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B 씨의 두 아이들은 엄마의 죽음을 여전히 모르고 있으며 유치원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동생 D(33) 씨는 “내가 다음 달 1일 결혼하는데 결혼 준비 때문에 지난 주 누나와 통화했다가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끊었다”며 “서운하게 끊어서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며 울먹였다. 피해자의 친구 조연주(37) 씨는 “친구와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 가족 세 팀이 안면도로 휴가를 갔다 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식구 중 아이들이 가장 어렸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마친 뒤 오는 27일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대부분 혐의를 입증했기 때문에 현장검증으로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