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6회> 모든 길은 하나로! (25)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유호성과 함께 기내 화장실에서 야릇한 행위를 하다가 파파라치의 협박을 받은 지 벌써 하루하고도 반이 지났으니… 강유리의 심정은 사막처럼 바짝 타들어가는 중이었다. 물론 유호성도 그 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째서 파파라치로부터 속보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아마 강 프로님 때문에 닥치고 얌전히 있는 건지도 몰라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는… 답답함을 참아내며 유리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와의 철통같은 약속이었으므로 감히 진실을 밝힐 엄두도 내지 못할 뿐이었다.
“정말?”
“호성 씨가 변기에 엉덩이가 끼어 꼼짝 못할 때, 강준호 프로가 그 놈을 만났거든요? 일대 일로 말예요.”
“뭐라고 하셨대?”
“글쎄요, 그건 비밀이래요.”
“강 프로… 성질이 더러워서 폭력으로 다스렸을 지도 몰라.”
“어머나, 강 프로님 성질이 더럽다고요?”
“어쩌면 돈으로 해결 한 지도 모르지. 그 양반이야말로 제 돈이 아니니 아까울 것도 없거든? 돈은 모두 내 엄마 주머니에서 나오니까.”
“호성 씨는 자기 어머니와 강 프로님이 좋게 지내는 게 싫어요? 유민 회장님과는 곧 이혼하신다면서요?”
“그래도 사랑보다 먼저 돈이 개입되는 것 같아서 껄쩍지근해요.”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심스럽게 게리플레이어 골프장에 마련된 숙소로 스며들어오던 중이었다. 비밀은 비밀을 낳는 법일까? 강준호와 그녀의 관계가 비말로 유지되는 것만큼이나 유호성과 그녀의 관계를 비밀로 포장하기도 힘들었다.
“중년의 사랑은 은근하다잖아요? 어쩌면 두 분이 정말로 사랑하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진심이었다. 하긴 그 진심은 신희영을 사로잡아 팔자나 고쳐보려는 강준호의 속셈이기도 했다. 과연 그 비밀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그렇지만 유호성과 강유리의 관계는 철통같은 비밀 속에 그 만남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들이 끝끝내 함구하는 까닭은? 지랄 맞은 신희영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를 밝히고 즉시 사망에 이르느니 가능할 때까지 숨기는 편이 상책이라고 굳게 믿었으므로.
게리플레이어 골프장에 도착했을 때, 달빛을 받아가며 투우사의 망토처럼 펄럭이던 것이 제 엄마의 나이트 가운이라는 것을 유호성은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그 가운을 깃발삼아 멧돼지인지, 황소인지, 곰인지도 모를 짐승과 한 판 승부를 겨루는 사람이 제 아빠라는 것을 강유리는 알고 있었을까?
“오빠, 저기에 웬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 야밤에 투우놀음을 하는가 봐요. 왜들 저러는 걸까요?”
“모르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내 알 바 있나? 미친 거 아닐까? 미치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유호성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니 상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잘 아는 사람들이 몰래 벌이는 일은 과연 상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를테면 왕따가 되어버린 한승우 실장이 벌이는 짓을 두고 이르는 말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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