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제주4ㆍ3 평화공원→봉하마을→전태일재단→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8일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는 등 국민대통합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후보는 앞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전태일재단을 방문, 자신과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세력을 껴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고(故) 전태일 열사는 박정희시대 산업화의 폐해를 분신으로 항거한 인물로, 야권 민주화세력, 노동계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같은 행보를 놓고 박 후보가 아버지의 공(功)과 과(過)가 묻어 있는 유신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극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전태일 재단을 찾아 전 열사를 추모했다. 박 후보와 전 열사 유족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태일 열사는 박정희 정권 당시 산업화의 그늘을 상징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태일 열사의 분신사건은 박정희 시대가 낳은 어두운 그림자로, 박 후보가 전 열사 측을 보듬으려면 선친의 ‘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역사관 재정립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피해자 유족이나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유족 등 ‘박정희 정권’의 정치ㆍ사회적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의 뜻을 밝힐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태일 재단이 위치한 창신동도 주목의 대상이다. 창신동은 전태일 열사가 1970년 11월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했던 청계천 일대로, 한국 노동계의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청계천 피복공장 재단사로 일했던 전 열사는 박정희시대의 산업화정책에 반기를 들고, “근로 기준법을 지켜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등을 외치며 온몸으로 항거했다. 그의 희생으로 한국 노동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은 2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얼마전 제주 4ㆍ3평화공원 방문이 (과거사 화해의) 시그널이었다. 그동안 보수정당에서 감싸안지 못한 광주 5ㆍ18, 제주4ㆍ3, 봉하마을까지 품은데 이어, 전태일 열사 유족을 찾은 것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 특히 유신시대의 어두운 부분까지 보듬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 “박 후보가 모든 세력을 수용하려는 시도를 하되, (아버지가 행한) 5ㆍ16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재단에선 전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와 당시 노동활동가들만 참석, 박 후보와의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불참한 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성명서에서 “5.16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며 “전태일 재단의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면, 비정규직, 최저임금,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사회의 노동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