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주목하라! 디자인의 영역파괴
디자이너들 생존 위한 영역파괴·산업계 제품 고급화 전략 맞닿아 코카콜라·고티에, 페라리·코브라 협업…코르셋 콜라·골프채 생산 기능·감성 결합 ‘소장용 예술품’으로 재탄생…불황속 브랜드 호감도 높여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구두를 만든다는 체사레 파조티.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아꼈던 구두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2년 전 잠시 ‘외도’를 했다. 침대와 의자 등 가구 디자인에 손을 댄 것. 그의 손끝을 거친 가구는 흑백의 단조로운 색감으로 차가우면서도 섹시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디자인의 영역 파괴는 이제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디자이너들은 영역 파괴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몇 년 전 패션 디자인에서 조심스레 이뤄지던 영역 파괴는 자동차와 생활용품 등 산업 디자인으로 확장돼, 이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결국 디자인을 다양한 영역에서 만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이너의 화려한 외출=해외 디자이너들은 국내 디자이너들보다 더 다양한 방면에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몇 년 전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휴대전화 디자인에 참여해 ‘아르마니폰’ ‘프라다폰’ ‘지포폰’ 등으로 재탄생한 것이 좋은 예다.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 릴리 퓰리처, 장 폴 고티에 등은 여러 영역에서 디자인철학을 담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업종을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이 봇물을 이뤘다. 세계적인 명품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는 음료업체 코카콜라와 손잡았다. 코카콜라는 그동안 장 샤를 카스텔바작, 겐조 다카다, 로베르토 카발리 등 유명한 디자이너와 손잡고, 재치 있는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코카콜라가 장 폴 고티에와 협업해 올여름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은 ‘데이(Day)’ ‘타투(Tattoo)’ ‘나이트(Night)’ 보틀 3종과 ‘데이(Day)’ ‘나이트(Night)’ 캔 2종이다. 특히 마돈나의 코르셋을 입어 섹시함을 강조한 나이트 보틀과 길거리 감성을 살린 타투 보틀은 정교한 패턴 속에 육감적인 여성의 몸을 연상시켜, 소장품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데이 보틀은 장 폴 고티에 특유의 감성을 살린 에디션으로, 국내 코카콜라 애호가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장 폴 고티에 에디션을 통해 코카콜라는 자유분방하고 전위적인 예술품으로 재탄생했다. 또 각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도 브랜드의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평을 받았다.
▶영역 간 합종연횡=디자인 영역 파괴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딱딱한 산업 디자인의 핵심인 자동차와 패션ㆍ예술 등이 접목하는 것이다. 이는 제품에는 고급화를,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는 대중에 가까이 다가설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이탈리아 자동차 페라리. 코브라ㆍ푸마골프는 이달 초 페라리와 합작해 ‘페라리 골프’ 컬렉션을 선보였다. 페라리 골프 라인은 드라이버ㆍ골프화ㆍ의류 등 풀라인업으로 구성됐으며, 몇몇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페라리는 모델에 따라 단종된 이후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등 소장 가치가 높은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브랜드. 이에 골프 브랜드가 페라리의 이미지를 차용해 소장 가치가 높은 골프 컬렉션으로 한 단계 격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BMW그룹은 자동차와 예술의 매혹적인 만남을 보여주는 아트카 컬렉션을 해마다 선보인다. BMW 아트카 컬렉션은 프랑스의 카레이서이자 예술품 경매인인 에르베 폴랭이 1975년 친구인 알렉산더 칼더에게 완성차를 대상으로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며 시작됐다. 이후 BMW는 35년간 알렉산더 칼더,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과의 작업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아트카를 보유하게 됐다.
BMW 아트카는 예술과 디자인ㆍ기술의 문화사적 발전을 반영한다는 평을 받는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런던의 로열아카데미, 뉴욕의 구겐하임박물관, 베니스의 팔라초그라시 등 전 세계 유명 미술관과 국제 박람회에서 전시되고 있다. 올해는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런던 2012 페스티벌’에서 BMW 아트카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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