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하는 ‘디자인 후생’

“디자인도 후생(厚生)이다.”

‘디자인후생’ 개념이 차츰 부상하고 있다. 도시 전체를 디자인적 미학을 갖도록 함으로써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유기적 인간관계를 회복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바로 디자인후생이다. 특히, 도시디자인ㆍ공공디자인의 경우 전체적으로 일관된 디자인후생 개념이 요구된다. 도시를 설계하거나 재개발할 때 단순히 기능ㆍ형태적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미학적으로 고유의 스타일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기이한 건물을 늘린다고 해서 디자인후생이 증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변과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색상과 디자인은 시각적인 공해를 유발, 오히려 시민의 삶을 불편하게 한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과 조경, 도시의 역사나 전통을 훼손하지 않는 설계,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이 훌륭한 디자인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미학적 구도를 완성하는 것은 삶의 질과도 직결된 문제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이 도시디자인과 관련해 고집스런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역사와 전통의 보존 외에도 디자인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차원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서대 디자인학부 윤지영 교수는 저서 ‘도시디자인ㆍ공공디자인’에서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은 우리네 삶과 문화가 담긴 도시의 영혼을 디자인하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통일적 도시디자인의 사례로 싱가포르가 자주 거론된다. 싱가포르의 도시디자인 목표는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즐기기 좋은 도시’다. 전통과 조화, 자연과 조화, 전체와 디테일의 조화가 잘 이뤄진 도시로 평가받는다. 그 결과 500만명이 사는 도시에 연간 1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투박하고 불편한 시설물도 디자인후생 개념을 반영하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복원된 청계천의 경우 방법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디자인후생 개념에서 삶의 질과 관련한 무형의 재화를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기능ㆍ형태적 관점에 치중해 설계되고 건설된 국내 신도시나 재개발의 경우 실패한 도시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성냥갑 모양의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높이, 무분별한 확장성은 디자인후생 측면에서 영(0)점에 가깝다.

디자인후생은 도시의 부와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적으로 조화를 이룬 파리나 피렌체,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등 유럽 도시들의 경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그 차제가 막대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즉, 디자인후생은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도시경쟁력을 향상시켜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는 셈이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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