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병국 기자] 외국선원 승선이 제한된 국가필수국제선박의 선원명부를 가짜로 작성해 16억원대의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해운회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국가필수국제선박은 전쟁 등 비상사태시 군용물자 등을 수송하기 위해 선박 소유자의 신청을 받아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한다. 이 국가필수국제선박은 내국인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 외국인 선원의 승선이 6명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한국인 선원으로 대체시 발생한 손실금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국가필수국제선박제도를 악용해 16억4000만원의 국가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국제선박등록법 위반 등)로 10개 해운사의 대표 등 관련자 27명을 검거하고 이중 A 해운회사 대표 B(59)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10개 해운사 중에는 국내 4위의 해운회사도 포함돼 있다.
국토해양부는 국가필수국제선박으로 지정된 배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외국인선원들을 고용하지 않고, 한국인 선원을 고용하기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외국인 선원 2명당 5000만원씩 지원해 주고 있다. 현재 88척의 선박이 국가필수국제선박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번에 적발된 선박들은 18척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해운회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6명으로 승선이 제한된 외국인 선원을 7~13명씩 태우면서도 한국인 선원으로 대체했다고 속여 손실 보상 지급신청을 했다. 이들 해운회사들은 국가필수국제선박의 특성상 한 번 출항하면 수개월간 귀항하지 않아 사실상 해운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과 손실보상 지급심사 시 선원들의 출입국 자료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적발된 해운사들은 출항할 때는 규정에 맞게 외국인선원을 6명만 태운 뒤 외국 항만에 정박해서는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국가의 선원을 내국인선원과 바꿔 태웠다. 국내로 귀항할 때는 다시 일본 등 가까운 항만에서 내국인선원으로 바꿔 태우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이런 수법으로 A 해운회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억원 상당의 손실보상금을 지급 받는 등 10여개 회사가 16억7000만원 상당의 손실보상금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손실보상금 지급심사 시 해당 선박의 운항기록 및 선원명부 뿐 아니라 선원들의 국·내외 출입국 신고기록이나 급여기록 등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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