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8층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사무실에서 방화 후 투신자살한 A(61) 씨는 평소 자살하겠다는 얘기를 가족들에게 자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유족들은 “A 씨가 유서도 몇 차례 작성했으며 ‘20층에서 떨어져 죽어,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 불쌍한 모습으로 보이겠다’는 말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15일 정부종합청사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근무하던 은행에서 구조조정됐다. 이후 A 씨는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가족들과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딸과 떨어져 경기도 용인에서 아들 B(30) 씨와 함께 살아온 A 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2008년부터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 당일 아들에게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던 A 씨가 정부중앙청사, 그것도 교과부를 방화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평소 교과부의 진화론 관련 정책에 대한 A 씨의 불만이 원인으로 보인다.
A 씨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그동안 “시조새 관련 진화론 삭제시도는 교과부의 음모, 교과부에 항의 의미로 1인시위를 하자”는 글을 올려왔다.
A 씨는 실제 범행당일 찍힌 폐쇄회로(CC)TV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교과부 부서가 있는 중앙청사 7층을 먼저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계단을 이용해 18층으로 이동한 A 씨가 다시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도 교과부 사무실이었다.
이후 준비한 발화물질을 이용해 불을 지른 후 A 씨는 18층 창문에서 투신했다.
A 씨가 자살한 1808호는 교육정보기획과 사무실로 교과서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방화원인은 알 수 없지만, 블로그 등에 올린 글을 봤을 때 교과부에 대한 불만과 우울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A 씨는 극도의 기독교 ‘안티’활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 회원으로 활동한 A 씨는 2009년부터 “진화는 생태계의 본질, 개독(기독교)만이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 종말론으로 교회재산을 불린다”등의 모두 1800여건의 기독교 비판글을 남긴 바 있다.
한편 경찰은 A 씨가 교과부 항의 1인시위를 제안한 것과 관련 “1인 시위는 신고대상이 아니라 개최사실을 확인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경비부실관련 형사입건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근무자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비관리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 측에서 징계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화성 물질 성분 확인을 위해 현장에서 수거한 생수병 등을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고, A 씨의 음주나 약물복용 및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유족은 부검을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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