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가수 싸이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치며 ‘Dress Classy, Dance Cheesy’(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저렴하게)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그러나 싸이 대신 잘 생긴 누군가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말춤’을 췄다면 ‘강남스타일’이 지금처럼 유쾌할 수 있었을까? 크레이지노(CRAZYNO)를 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지난 5일 ‘무식해(MUSICHE)’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민 크레이지노(24ㆍ본명 김지노)는 다소 엽기적인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안무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익살스런 ‘학춤’은 진지한 표정과 어우러져 웃음을 더한다. 그런데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해 들어보면 그 만듦새가 단단하다.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 의외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의 반전이 짜릿한 법이다. 직접 만나본 크레이지노는 뮤직비디오 속 모습처럼 유쾌했지만 음악 이야기에선 진지해지고야 마는 천상 싱어송라이터였다.

▶ 드라마 OST로 단련된 신인 아닌 신인= 사실 크레이지노는 대중음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편이다. ‘흔들리지 마’, ‘워킹맘’, ‘타짜’, ‘신데렐라 언니’ 등 꽤 많은 드라마의 배경음악이 그의 손을 거쳤다.

“호주에서 무작정 한국에 온 뒤 가진 우연한 술자리에서 한 유명 음악 PD분의 눈에 들었어요. 운이 좋았죠. 이후 음악 PD 조수로 활동했습니다. OST의 보컬로도 참여한 일이 있고요. 주로 오케스트라로 편곡되는 배경음악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호주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강한 나라예요. 알게 모르게 호주에서 듣고 자란 음악들이 체화돼 드라마 OST 작업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비록 OST 앨범에 실리지 않는 배경음악이어도 그런 부분이 도드라지는지 나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데뷔 기회 역시 우연처럼 찾아왔다. 크레이지노의 소속사 대표는 개그맨 박명수의 매니저로 잘 알려진 ‘정실장’ 정석권 씨다. 크레이지노는 걸그룹을 준비하던 정 대표와 오디션 현장에서 만나 자신을 작곡가로 소개했다.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대표님이 저를 보더니 특이한 것 같다며 걸그룹을 키우고 있는 중인데 곡을 한 번 써볼 생각 없느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드라마 제작진에 양해를 구하고 곡 작업에 들어갔는데 준비 중이던 걸그룹이 잘 안됐어요. 대신 그 곡들을 ‘크레이지노’화 시켜서 제가 데뷔하게 됐습니다.”

크레이지노는 “곡을 쓸 때마다 늘 영상을 염두에 두는 편”이라며 “드라마 OST 작업 경력이 뮤직비디오 촬영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귀띔했다.

▶ 원래 ‘학춤’이 아니라 ‘말춤’이었다?= ‘무식해’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학춤’이다. 크레이지노는 “원래 의도했던 ‘무식해’의 안무는 ‘말춤’이었다”며 “데뷔 준비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히트를 쳐 ‘학춤’으로 바꿨는데 반응이 좋다”고 고백했다.

“어려서부터 잘 노는 편이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무대에 자주 올랐는데, 게스트로 무대에 나가 메인보다 더 많은 환호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의 ‘학춤’은 전통적인 학춤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곡의 비트에 맞춰 평소 놀던 대로 추던 춤을 응용한 안무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무식해’ 뮤직비디오엔 최홍만을 비롯해 아줌마에 아이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출연해 웃음을 선사한다. 이 같은 다양한 출연진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크레이지노의 음악관을 엿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제 춤을 보고 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제가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장면도 많이 나오죠.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출연시킨 이유는 제 음악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속 아이들과 아줌마들은 모두 동네 주민들이예요. 최홍만 씨는 개인적으로 친한 형이라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지만 역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힘이 부족해 못 끌어오는 사람도 결국 음악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표현한 겁니다. 저를 믿고 제 뜻을 따라준 소속사와 스태프들이 고맙죠.”

▶ 무식해? 뮤직해? 도대체 무슨 뜻이야?= ‘무식해’의 스펠링은 ‘MUSICHE’다. 특별한 발음 기호가 없기에 ‘뮤시케’로도 ‘뮤직해’로도 읽힌다. 혹시 음악(Music)을 하는 남자(He)가 아니냐는 질문에 크레이지노는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이라고 즐거워하며 나름의 작명 이유를 설명했다.

“‘무식해’를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다 만든 곡입니다. 우연히 제 눈에 ‘MUSIC’이란 글자가 스쳐 지나갔어요. 무심코 ‘무식’이라고 읽은 것이 곡의 시작이었죠. 정말 순식간에 만들어졌어요. 많은 분들이 곡의 제목을 보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어요. 저조차도 깜짝 놀라는 의견도 많아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게 ‘무식해’의 매력 아닐까요?”

마를린 먼로에 ‘배트맨’의 악당 조커까지 앨범 재킷 속 크레이지노의 모습은 말 그대로 ‘크레이지’하다. 지드래곤의 모습이 연상된다는 말에 그는 지드래곤을 실제로 매우 좋아한다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 지드래곤 선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조커를 좋아한다는 점이 저와 같았습니다. 같은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감성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드래곤 선배와 저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지드래곤 선배의 음악은 멋있고 서정적입니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도 많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저는 망가지더라도 웃음을 줄 수 있는 음악이 더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편안한 대중음악을 추구할 생각입니다.”

▶ 나의 우상 싸이의 길을 따라가고파= 뮤직비디오의 콘셉트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재미있단 말에 크레이지노는 “호주에 있을 때부터 가장 존경해 온 가수는 싸이”라며 “언젠가는 꼭 함께 무대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가 감히 싸이 선배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싸이 선배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아티스트로서의 정신을 반드시 닮고 싶습니다. 싸이 선배가 걸어간 길을 저도 그대로 걸어가고 싶고요. 해외 시장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아직 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싸이 선배는 10년 이상 쌓은 내공을 발판으로 성공을 거뒀어요. 싸이 선배가 길을 닦아 놓았으니 제가 노력만 한다면 조금 더 빨리 싸이 선배를 닮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