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강남쪽 부동산들은 분위기가 실제로 괜찮던가요? 여기는 그대롭니다”
과천의 K공인관계자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18일, 공인중개업소가 밀집된 주공아파트 상가 1층은 조용했다. 오가는 사람도 없고, 전화벨 소리도 없었다. 지난 몇 주간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인 개포ㆍ잠실 공인중개업소들이 몹시 북적거리던 것과는 딴판이다. 오랜만에 들뜬 시장 분위기와 달리, 과천의 집값은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8~9월에 주공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추석 이후 하락세는 주춤하는 정도에요. 거래도 몇 건 없었고, 문의전화도 없네요”
과천 중개업소들은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감면의 영향을 이렇게 일축했다. 일단 시세가 달라지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초 주공1단지 전용 52㎡는 5억4000만원에서 18일 현재 5억2000만원으로 오히려 떨어졌고, 59㎡는 6억3000만원, 82㎡는 7억9000만~8억원 선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2단지 52㎡는 4억9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59㎡는 5억5000만원에서 5억4000만원으로 소폭 하락했고, 6단지는 53㎡ 4억7500만원, 60㎡ 5억7000만원, 83㎡ 7억5000만원선에서 큰 시세 변화가 없다.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가 최근 2주 사이 2000만~4000만원, 둔촌주공이 3000만원 이상 오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강남 재건축과 한강신도시 등 미분양 아파트들은 ‘부동산 바닥론’과 세금감면 혜택의 영향으로 온기가 돌고 있지만 과천은 아직 냉골이다.
지난 2006~2007년 강남 3구와 함께 재건축 시세를 주도했던 과천이지만, 낙폭은 강남보다 더 크고 회복세도 더디다. 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주택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과천의 아파트값 하락률은 -7.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기라지만 유독 과천이 맥을 못추는 데는 경기도임에도 불구 ‘준강남’이라 불릴만큼 높았던 아파트 시세, 정부청사 이전, 과천 보금자리 주택, 재건축 사업의 난항 등 크고 작은 악재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정부청사 이전이 현실화되며 과천의 앞날에 부정적인 여론이 자주 노출된 영향도 크다.
재건축 사업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단지들마저 가격 낙폭이 만만치가 않다. 지난 4월 시공사를 선정하며 무상지분율 150%를 받아 화제에 올랐던 6단지도 하락폭이 크다. 부동산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주민들 사이에 ‘사실상 150%는 힘들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며 6개월 사이 평균 4000만~7000만원이 하락했다.
과천의 O공인관계자는 “현실성에 대한 막연한 우려 때문에 무상지분율 130%를 받은 1단지가 6단지보다 덜 하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며 “2단지도 지난달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이같은 호재들이 시세에 영향이 없다”며 과천 재건축을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전했다.
단, 이미 재건축을 완료한 새 아파트 3단지와 11단지는 취등록세 감면혜택의 온기가 감지된다. 몇 주 사이 급매물이 전부 소진되고 3단지 ‘래미안 슈르’의 평균 가격도 2000만~3000만원 이상 올랐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재건축 아파트 때문인지 유독 과천에서 만난 공인관계자들은 ‘바닥론’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L공인관계자는 “적어도 발목 정도는 온 것 같은데 앞날을 누가 알겠냐”며 “이 지역에 딱히 호재거리도 없어 더 걱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구동성으로 ‘매수, 매도자들간 바닥에 대한 공감대는 이뤄졌다’고 말하던 강남 쪽 공인업자들과는 사뭇 달랐다.
nointeres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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