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대립 이어 2R…市, 단독진열 · 연령확인의무화 · 경고판디자인 통일 요구…업계 거부땐 법적대응도 불사
골목상권 영업제한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와 대형 마트업계가 이번엔 청소년 주류 판매를 놓고 또 한 번 맞붙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 ‘주류접근성 최소화 방안’을 수용하라”는 시에 대형마트업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예정됐던 양해각서(MOU)체결 계획까지 취소됐다. 시는 자율협조가 되지 않을 경우 행정조치와 검찰 고발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18일 시에 따르면 시가 오는 20일 대형마트 5개사(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클럽, 코스트코)와 체결 예정이었던 ‘주류접근성 최소화’를 위한 MOU가 사실상 무산됐다.
시 관계자는 “대형 마트 쪽에서 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당초 계획이 사실상 취소됐다”면서 “청소년보호 문제인 만큼 협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까지 두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의견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 대형 마트업계에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주류 별도진열대에 단독 배치(고객동선에서 가장 먼 곳으로)▷연령확인 의무화 ▷계산대ㆍ주류 진열대 부착 경고판의 크기 및 디자인 통일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시가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63개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대상 주류 판매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형마트의 청소년 대상 불법 판매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당시 조사 결과 전체의 65% 매장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했고 53% 매장이 연령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마트업계가 시의 가이드라인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류의 경우 순수익의 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상위 대형마트업체 1곳당 연간 순이익이 3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9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웬만한 중소기업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수익에 직결되는 요소인 셈이다.
주류 진열 위치를 바꿀경우 상품 전반에 대한 진열 위치 재조정이 필요한 만큼 별도의 시설개선비가 발생한다는 점도 대형 마트업계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과도하게 상행위를 규제하려 한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A 대형 마트 관계자는 “상품 진열은 고유한 업체의 권한인데 이것을 지자체가 관여한다는 것은 과도한 상행위에 대한 참견”이라고 반발했다.
시는 대형마트업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행정조치 및 법적 제재를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시 복지건강실 관계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시 자체의 행정조치와 함께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류판매 면허 허가 및 취소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세청과 면허 허가 조건에 가이드라인을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국세청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보호법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연계를 통한 대형 마트 압박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시의 강경대응 방침이 알려지자 대형마트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B 대형 마트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술을 팔아 문제가 되는 거면 적발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 굳이 주류 진열까지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건 월권행위”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영업제한을 놓고 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 안 그렇다면 아직 협의 중인 데도 이렇게까지 세게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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