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천)=이세진 기자] 무더위가 며칠째 계속되던 날, 저녁이 되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시가지 초입부터 늘어선 영화제 홍보깃발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유동인구가 많은 부천 상동역 사거리 설치된 거대한 전광판은 영화제 시작까지 남은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21일 오후 8시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서는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식이 열렸다. 7시부터 시작된 레드카펫 행사는 개막식까지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부천시청 출입문에서 무대 앞까지 길게 늘어진 레드카펫에서는 영화배우 안성기와 장미희, 힙합 래퍼 플로우식, 팝아티스트 낸시랭 등이 등장할 때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외에도 정지영 신임 영화제 조직위원장, 최용배 집행위원장, 임권택, 이장호, 배장호, 방은진, 나홍진 감독, 장진영, 이문식, 강예원, 이상윤 등 배우들과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죈느 등 국내외 200여 명의 영화인이 레드카펫에 올랐다. 부천영화제보다 한 살 더 먹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조직위원장, 강수연 집행위원장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3000여 명(영화제 추산)의 영화 관계자ㆍ시민들이 모여 BIFAN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해가 넘어가고 어두워지자 빛나는 무대 쪽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돌아갔다. 사회를 맡은 배우 박성웅과 모델 스테파니 리가 영화제의 개막을 알렸다. 지난 6월 선출된 첫 영화계 출신 집행위원장인 정지영 감독은 무대에 올라 “새내기 조직위원장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스무 돌을 맞이해 어른이 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부천시민과 부천시가 온전히 영화인들에게 돌려주면서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전임 조직위원장이자 신임 명예위원장이 된 김만수 부천시장에게 감사패도 전달됐다. 그는 “정지영 조직위원장이 이 이야기는 꼭 하라고 했다”라며 “이제까지도 그래 왔지만 부천시가 영화제를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이날 개막식은 지난 2004년 김홍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갑작스런 해촉 사태로 파행을 빚은 데 대해 영화인들과 부천시가 공식적으로 ‘해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정 조직위원장과 김 부천시장의 ‘주고받기’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크리스티안 죈느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도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첨언했다.

20회를 맞이해 마련된 공로상 수여식은 초대 조직위원장인 이해선 전 부천시장, 초대 집행위원장 이장호 감독, 그리고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감독에게 돌아갔다. 집행위원장 해촉 사태의 당사자인 김홍준 감독은 “걱정해주시고 이렇게 제 노고를 알아주셔서 감사패를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앞으로는 다시 매년 부천영화제를 찾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작으로는 미국의 배우이자 감독인 맷 로스의 ‘캡틴 판타스틱’이 상영됐다. 영화는 깊은 숲 속에서 여섯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사는 벤(비고 모텐슨)이, 아이들과 함께 도시에 살던 아내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풋풋한 잔디 냄새가 가득한 한여름밤, 미국 서부의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모습이 어우러져 싱그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막식을 시작으로 영화제는 31일까지 11일간 49개국 302편(장편 189편, 단편 113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월드 프리미어) 작품만 42편이다. 역대 최다 상영 편수다. 올해에는 ‘부천 초이스’, ‘코리안 판타스틱’, ‘월드 판타스틱 레드&블루’, ‘패밀리 존’, ‘금지구역’,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등 공식 세션이 진행되고, 20회를 맞이한 특별젼 ‘다시 보는 판타스틱 걸작선-시간을 달리는 BIFAN’, ‘데이빗 보위 추모전-지구로 떨어진 검은 별’ 등도 진행돼 영화제를 다채롭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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