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9회> 사랑을 위한 의식 17
만경대학에서 평양골프장에 이르는 30㎞ 구간은 거의 직선도로였으므로 랠리 머신들이 제 속도로 달린다면 6분, 늦어도 7분 이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물며 스피드 쇼크, 이를 테면 스피드의 본때를 보여주는 경우엔 5분에 주파할 수도 있을 터였다.
“평양골프장에 처음 도착할 때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천리마의 뒤꽁무니를 따라가야 합니다. 속도는 되돌아올 때 내세요.”
권도일은 유로파S 드라이버에게 이렇게 무전으로 답했다. 그리고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거성의 재벌2세와 북한 제6사단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굳이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었다. 절박한 순간에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 어쩌면 이것이 염화시중의 미소요, 이심전심이나 다름없었다.
“얼마 더 드리면 되겠습니까?”
권도일의 애절한 눈빛에서 답을 읽은 재벌2세가 즉시 북한의 제6사단장에게 물었다. 도열해 서있던 머신들이 이제 막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백만 불!”
출발신호가 내려지기 직전, 제6사단장의 대답이 돌아왔다.
“백만 불, 오케이!”
“좋습네다. 그럼 우리 천리마가 제일 앞서 달리는 구간은 처음으로 평양골프장에 도달하는 30㎞까지 입네다.”
“그 이후엔 어떡하실 예정입니까?”
“물론 우리 천리마는 30㎞만 달리고 대열에서 빠질 것입네다. 그 정도 멋진 시범을 보이는 것으로 족합네다.”
“그럼 약속된 것으로 믿겠습니다. 30㎞ 이후, 즉 평양골프장에서 다시 되돌아 나올 때엔 우리도 제 속도를 내겠습니다.”
“좋습네다. 우리도 백만 불에 달하는 값을 해야갔지요.”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타협에 권도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벌2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많은 돈을 깨먹으며 벌이는 쇼크 행사가 싸구려 길거리 쇼로 전락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것이라 여겼다.
“자, 그럼… 개시하라우!”
제6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스타트를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다른 머신들은 어떻게 북한 땅에까지 들어와 스피드 쇼크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드라이버마다 열망을 품고 있음은 분명했다. 원래 스피드 쇼크란 드라이버의 본능적인 열망을 겉으로 쏟아내는 무쇠경기 아니었던가.
우르릉, 우르릉!
불을 뿜듯이 달려 나가는 머신들 앞으로 북한에서 조립한 천리마 한 대가 쫓기는 강아지처럼 달리고 있었다. 이미 약속된 상황이었으므로 다른 머신들은 엔진 파열음을 최고조로 높였지만 아직 액셀러레이터에 압력을 제대로 가하지 않은 상태였다.
“앞에서 깔짝대는 놈 때문에 감질 나 죽겠습니다.”
유로파S를 모는 임대 드라이버는 여전히 불평이 많았다.
“제발 진정하세요. 큰돈이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무전으로 달래는 권도일을 보며 재벌2세는 손바닥으로 목 자르는 흉내를 냈다. 이번 행사가 끝나는 즉시 임대 드라이버를 해고시키라는 뜻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옥택연 25억에 낙찰받은 그집, 75억이 됐다…류현진 부부도 사는 강남 고급빌라 [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4/news-p.v1.20260904.6851255acf834221b5039de0a2498eb5_T1.jpg?type=h&h=240)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