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도망자들이 산으로 섬으로, 해외로 숨어들지만, 죄를 지었으면 결국에는 잡히기 마련. 대체 이들은 누가 쫓고 있는 것일까?
수소문해 대한민국 경찰의 추적왕을 찾아봤다.
지난해 수배자 검거실적 1위와 3위를 올린 경기도 군포 경찰서 강력계 형사 두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도망자(수배자) 검거실적 전국 1위를 한 문석준(30) 군포경찰서 강력1팀 경장은 “수배자 검거에 가장 중요 한 것은 끈기와 뚝심”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잠복은 기본이고 수면은 선택이다.
그는 “24시간 모든 신경이 수배자에게 쏠려 있다. 언제, 어디든 도망자가 있다면 쫓아간다”며 “아이의 돌 잔치 때도 인터넷 상에 수배자 아이피가 떠 검거하러 달려나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망자 검거실적 3위를 한 같은 팀의 김덕환(38) 강력4팀 경사의 경우는 ‘문고리 잡고 8시간 범인 설득하기 신공(?)’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7월 김 경사는 뺑소니 사고를 낸 후 1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A 씨를 쫓는 중이었다. 주변인물 탐문을 통해 알아낸 경기도의 한 원룸 4층. 원룸 앞에서 김 경사가 경찰이라고 밝히자 이 뺑소니범은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린 후 불을 꺼버렸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김 경사. 창 밖에서는 팀 동료가 지키고, 김 경사는 현관문을 맡았다. 김 경사는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등 8시간에 걸쳐 뺑소니범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뺑소니범은 8시간만에 백기 투항했다.
추적왕이 되려면 남다른 촉(감각)이 필요하다는 게 추적왕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문 경장은 “자신은 그저 팀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히면서도 “도망자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지만, 뭐든 흘리게 돼 있으며 그 흔적을 찾는 것이 경찰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공소 시효가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강간범 B 씨. 강간죄로 9년째 도피행각을 벌인 B 씨의 경우 모든 사회생활을 타인 명의로 하고 있어 검거는 커녕 소재 파악 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어느날 문 경장의 눈에 B 씨의 흔적이 포착됐다. 그 흔적은 인터넷을 통해 식료품을 구입한 것이었다.
택배 배달 주소인 전라도 광주로 무작정 내려간 문 경장은 탐문 수사를 한 뒤, B 씨가 광주의 한 원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잠복에 들어가 B 씨를 검거했다.
도망자를 잡기 위해서는 영화에서 나오는 추격전은 필수다.
경기도 시흥에 도망자 C 씨를 검거하러 간 문 경장. 단순 사기 수배자라 방심을 한 게 화근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C 씨의 부인과 이야기를 하는 사이, C 씨는 창을 넘어 도주했다.
도망자인 C 씨가 문 경장이 함께 달린 거리는 대략 1㎞가 넘었다.
문 경장은 “수갑을 던져 범인의 머리를 맞추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뛰다가 다리가 풀린 범인은 주저 앉았고 문 경사는 C 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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