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제18차 당대회서 새지도부 선출…‘균형성장 · 부패척결’ 등 강한 리더십 발휘 세계가 주목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중국 국영 CCTV의 질문에 중년의 농민공(이주노동자)이 절묘한 대답을 던졌다. “내 성은 쩡(曾)이오.” 지난 국경절 연휴 때 CCTV가 거리의 사람들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 반응을 보도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이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뜻의 ‘니 싱푸(幸福) 마’라는 물음에 이 농민공은 ‘워 싱 쩡(我姓曾·내 성은 쩡이오)’이라고 답한 것이다. ‘니 싱(姓) 푸(福) 마(당신 성이 복씨 입니까)’로 잘못 알아듣고 나온 엉뚱한 대답 같지만 누리꾼들로부터 ‘신의 답변’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 성인 ‘증(曾)’과 증오를 의미하는 ‘증(憎)’은 중국어 발음이 ‘쩡’으로 같다. 따라서 이 대답은 “행복하기는커녕 증오심밖에 없소”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莫言)의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인터뷰 답변도 화제다.

CCTV의 유명 앵커가 모옌에게 “행복하냐”고 묻자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모르겠다”고 대꾸해 앵커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앵커는 “행복하다”는 답변을 유도하려고 애를 썼지만 돌아온 것은 반박뿐이었다.

모옌은 “나는 지금 큰 압력을 받고 있고 걱정거리도 많은데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되받아쳤다.

CCTV는 오는 8일 개막되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5세대 지도부의 등장을 앞두고 ‘행복’이란 화두를 꺼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부강해졌으니 중국 국민들의 행복도도 높아졌으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각종 사회문제를 도외시한 억지성 캠페인이란 비판만 듣게 됐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속에서 팍팍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평등과 공동소유 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국부민궁(國富民窮)’ 현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1인당 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 중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중국인의 최대 불만은 소득불균형과 부정부패다.

최근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중국인 상위계층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가 1988년 7.3배에서 지난해 23배까지 확대됐다”면서 “이에 따라 중국의 지니계수는 0.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분배가 매우 불평등해 사회적 동요를 야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부정부패도 중국의 사회구조 속에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중국에서 부패로 사법처리된 공직자 수가 4만명이 넘고 이들이 해외로 빼돌린 금액만 1조위안(약 177조원)이 넘는다는 보고를 보면 촘촘한 부패의 사슬에서 자유로운 관리들은 없을 듯싶다.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의 상징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가족들이 막대한 부를 몰래 축재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폭로도 터져나왔다.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들)이 흔히 말하는 무관불탐(無官不貪·탐욕스럽지 않은 관료가 없다)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사회의 불평등은 이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좌파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숙청은 중국의 향후 정치ㆍ경제적 진로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 간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

이달 개막되는 1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을 필두로 하는 제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게 된다. 새 지도부는 30년간의 개혁·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는 차기 정권에 ‘행복론’이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 중국 국민들은 행복을 원하고 있다. 과연 시진핑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고 ‘분배의 공정’을 추진할 수 있을까. 새 지도체제가 민생개선 등 개혁을 위해 어떤 행보를 취할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