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0회> 사랑을 위한 의식 (2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신 여사, 고비사막에 다녀온 적 있어요?”
“고비사막엘 다녀와요? 그런 여행상품도 있었나? 난 말예요… 사막이라면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놀이터의 모래밭밖엔 몰라요.”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로군요.”
“왜요? 뭐가 다행이란 말씀예요?”
“아드님 말예요, 호성이… 이번에 호성이가 참여한 랠리대회에서는 무려 1,200km에 달하는 사막을 목숨 걸고 질주하게 된단 말입니다.”
“사막에서… 목숨을 걸어요?”
“그럼요. 열에 다섯은 죽어나가지요. 고비사막에서 죽으면 뼈도 못 추려요.”
“뼈… 뼈도 못 추린다고요? 어머나 이를 어째!”
“뚜아렉 족이라고 하던가? 사막에서 노략질을 하는 종족이 있는데… 사막에 조난당한 상태에서 그들을 만나면…”
“그만해요, 그만!”
신희영은 귀를 막으며 강준호의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강준호는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다니며 사막의 위험성에 대하여 줄줄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새 유민제련그룹의 재산을 홀랑 가로챌만한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첫 단추는 잘못 끼워진 셈이었다. 애초에 꾸몄던 계략대로라면… 유민회장은 형무소로 보내고, 그 재산을 몽땅 물려받은 신희영과 멋지게 재혼해서 그룹의 어엿한 임원으로 눌러앉아 서류에 결재도장이나 팡팡 찍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신희영이 유민 회장과 이혼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더라는 것이 흠이었다.
이혼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은 위자료 조로 그녀가 받아야 할 재산의 양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아니, 따지고 보면 유민회장의 재산에 손끝 하나도 대지 못한다는 결과가 되고 만다. 세상에… 다 늙어서 이혼하는 여자가 빈털터리가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접근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강준호는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이 영 마음에 걸리곤 했다. 그러나 아직도 희망은 있었다. 유민 회장이 신희영과 이혼하게 되더라도 영원불변인 아들 유호성에게는 작은 계열사 하나쯤은 물려줄 것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
‘여태껏 들인 공이 아깝지.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야 할 것 아닌가…’
비정하긴 해도… 그는 신희영의 마지막 보루마저 털어갈 요량이었다. 애초의 계획대로 제 자신이 유민그룹의 부사장이나 전무는 될 수 없을지언정 평생 골프 치면서 놀러 다닐 군자금 정도는 우려내야 본전이나마 찾을 것 아닌가.
“그 위험천만한 곳에서 호성이가 자동차 경주를 하도록 내버려 둘 작정입니까?”
“말릴 재간이 있어야지요. 그 녀석이 내 말을 듣기나 해요?”
“하긴 그렇군요. 그렇다고 해서 그 방법을 쓸 수도 없고…”
“그 방법이라니요? 뾰족한 수가 있나요?”
“있긴 있지만… 아마 신 여사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아요.”
“아이 답답해라. 어서 말씀해보세요. 아들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애가 타서 옆으로 바짝 다가서는 신희영을 보며 강준호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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