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대체에너지·일본테마… 31개는 순자산 50% 이상 까먹어
분산 투자로 일반 주식투자 대비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펀드도 상품과 시점을 잘못 선택하면 ‘깡통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
깡통펀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 사이에 설정된 일본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주식형 펀드들이 대부분이다.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일부 국가에 집중 투자하는 ‘몰빵형 펀드’는 개별 국가의 리스크에 따라 수익률 등락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헤럴드경제가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의뢰해 순자산 10억원 이상 현재 운용 중인 1628개 펀드 가운데 설정액(원금) 대비 운용 순자산 규모가 50% 이하인 펀드를 집계한 결과, 총 31개 펀드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손실비율이 큰 펀드는 KDB자산운용의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였다. 2007년 4월 설정된 이 펀드는 누적 설정액이 127억원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순자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손실률이 -84.6%에 달한다.
알파에셋자산운용의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펀드(-77.6%)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64.7%) 등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위권에는 대체에너지펀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펀드들은 풍력ㆍ태양광ㆍ수력 등 전 세계의 대체에너지 및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화석 연료를 줄이는 추세에 따라 유망 테마펀드로 관심을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요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크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체에너지 펀드에 이어 손실률이 높은 펀드는 2006년 말~2007년 사이 설정된 일본 펀드들이다. 일본 경제의 부활 기대에 힘입어 관심을 모았지만 일본 제조업의 몰락과 대지진까지 발생하면서 투자 원금의 3분의 2가량이 날아간 상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프랭클린템플턴재팬’펀드의 손실률이 -65.9%로 가장 크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일본배당’펀드(-63.8%)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Tops일본대표기업’펀드(-62.2%) 등도 손실률이 60%를 넘는다.
이 밖에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러시아’펀드(-61.7%)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펀드(-59.9%),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펀드(-55.3%) 등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 신흥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손실률이 50%를 넘는다.
장기 투자 상품으로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이 목적인 연금펀드 가운데서도 원금을 절반 이상 까먹은 펀드가 있다. 우리자산운용의 ‘우리행복연금차이나인덱스’펀드(-53.2%)는 중국 증시가 고점이던 2007년 11월 설정돼 누적 설정액 40억원 가운데 현재 남은 순자산은 19억원에 불과하다.
이은경 제로인 연구원은 “깡통펀드들은 2007~2008년 ‘펀드 광풍’에 이끌려 과잉 투자된 펀드들로,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증시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손실이 커졌다”며 “투자지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통해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대응하는 것이 깡통계좌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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