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김상병, 10일만에 혼수상태…사건경위 살펴보니

초동대처 미흡 도마위 사건초기 내과전공 군의관 휴가중 정형외과 전공의가 소화제 등 처방 발병후 9일만에 아산병원 긴급후송 황달증상 정상인의 8배…중태 빠져

軍 의료사고 언제까지 매년 사고 늘어도 개선대책 제자리 軍고위층 국군병원 수준이하 인식 1차 진료기관 없어 민간병원에 의존

군부대의 미숙한 초동대처로 21세의 젊은 병사가 중태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의 허술한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정밀진단과 개혁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고경위=지난해 8월 중순 입대한 김 상병은 논산훈련소를 거쳐 경기 포천시 3739부대 1기갑여단 장갑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이 부대는 부내 내 진지공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 상병은 울타리 등의 잡풀 제거에 동원됐다. 김 상병은 11월 3일부터 몸에 이상증세를 느꼈다. 그는 거의 매일 모친 조인영(49) 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3일부터 연락하지 않았다. 7일 오후 3시13분 김 상병은 이 부대 의무중대를 찾았다. 당시 정형외과 전공의 오모(32) 의무중대장은 복통ㆍ설사 증상으로 소화제와 지사제를 처방했다.

약을 받고 내무반으로 돌아간 김 상병은 9일 오전 8시26분 다시 군의관 오 중대장에게 갔다. 열이 38.5도에 달했다. 해열제 등을 처방받고 의무중대에 입실해 주사를 맞았다. 5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체온이 정상(36.5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 상병은 주말 내내 의무실에 누워있었다. 별다른 특이증상이 없어 군의관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11일 오후 9시16분 김 상병은 갑자기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휴가를 다녀온 내과 전공 군의관이 김 상병을 처음으로 진찰했다. 항구토제를 처방하고 김 상병을 진료하던 이 군의관은 목 뒤에서 가피(딱지)를 발견했다. 가피는 진드기 유충에 물린 후 형성되는 것이다. 군의관은 이때 처음으로 쓰쓰가무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상병이 의식이 있고 정상적으로 보행해 다음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12일 오전 7시50분 김 상병은 경기 포천의 일동 국군병원에 급히 후송됐다. 이곳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쓰쓰가무시를 확진받았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돼 오전 11시40분 서울 아산병원에 이송됐다.

아산병원 도착 당시 김 상병은 패혈쇼크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혈압이 떨어져 1분에 60번 호흡했다. 이날 밤 11시45분 인공호흡기를 끼운 뒤 현재까지 의식이 없다. 폐와 간ㆍ신장에 세균이 퍼져 장기가 손상됐고, 황달 증상이 정상인의 8배에 달했다.

▶김 상병 가족 “군의관 근무태만” 울분=김 상병의 가족은 군의관의 부실 처방과 안이한 대응에 분노를 나타냈다. 김 상병의 아버지 김석기(53) 씨는 “증상이 2~3일 지속됐을 때 쓰쓰가무시를 의심해 후송조치를 했으면 아들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이 지경이 되기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군의관의 근무태만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 측은 해당 군부대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12일 군의관 오 씨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7일부터 발열 증상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복통 증상만 있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단순 감기보다 열이 많이 나는 쓰쓰가무시병을 일찍 발견하지 못한 원인을 두고 군의관과 가족 사이에 최초 진료 시 열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공방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부대 측은 문제가 커지자 “연간 육군 전체에 쓰쓰가무시 발병 병사는 20~30명에 불과하다. 이를 초반에 발견하기는 힘들다”면서 “김 상병의 건강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진료비 지급 등 보상 문제를 원만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군 의료사고=이런 군 의료사고는 해마다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김모 일병이 취침 중 호흡곤란으로 숨졌다. 이 사건 후 사흘 뒤에는 뇌수막염을 앓던 노모 훈련병이 행군에서 돌아온 후 사망했다. 올해 2월에는 정모 훈련병이 중이염을 호소했으나 훈련소 측이 외부 진료를 허가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사단 소속 오모 병장은 결핵을 앓고 있었는데도 군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방치되다 지난해 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허술한 군 의료체계에 대한 지적이 일자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며 의료체계 개선을 약속했고,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야전부대의 의료실태와 환경을 정밀진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재영 군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당시 군 의료사고 이후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장군이 몇 명 큰 의료사고를 당해봐야 군 의료체계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텐데, 군 고위층 대부분은 군 병원이 수준 이하라는 것을 이미 알고 민간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수한ㆍ민상식 기자>/